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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조

미국 민사 배심재판제도에 대한 비판과 반박

오명은 변호사 (법무법인(유)태평양, 미국 NYU 연수 중)

I. 개요

미국 수정 헌법 제7조에서는 "보통법에 의한 소송 중 소가액이 20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배심원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 나아가 보통법의 규정에서 정하는 이외에는 배심원이 심리한 사실에 대해서는 미국의 어떠한 법원에서도 재심을 받지 않는다"고 정함으로써 민사 배심 재판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민사 배심재판제도의 이용이 줄어들고 있고, 이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민사 배심재판제도를 폐지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민사 배심재판제도에 대한 비판과 그에 대한 반박을 살펴보고자 한다.

II. 민사 배심재판제도는 분쟁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비판에 대하여

민사 배심재판제도 폐지론자들은 위 제도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그에 따라 비용도 막대할 수밖에 없는 반면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워 분쟁 해결에 효과적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민사 배심재판제도를 더 이상 택하고 있지 아니하다고 비판한다.

미국에서 민사 배심재판제도의 이용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례로 1972년도에 미국 지방 법원에서 전체 민사 사건의 약 3.7%가 민사 배심원에 의한 심리로 진행이 되었지만 2002년에는 약 1.2%의 사건만이 민사 배심원에 의한 심리로 진행이 되었다.

그렇지만 당사자들이 민사 배심재판제도보다 법관에 의한 재판이나 중재 판정 절차를 선호한다는 실증적인 근거가 없다. 도리어 민사 배심재판제도 이용이 감소한 것은 민사 사법절차와 관련한 연방규정이 소송 전 단계에서의 디스커버리 절차를 강화함에 따라 당사자들이 위 과정에서 파악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소를 제기하는 대신 합의를 택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2013년경 미국 연방법원에 접수된 민사 사건은 28만4604건인 반면 중재 신청을 한 민사 사건은 3714건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중재 절차를 선호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 특히 중재신청 사건의 경우 2012년경 4299건이 신청된 것과 비교하여 3714건으로 감소한 반면, 연방 법원에 접수된 민사 사건은 2012년 27만8442건에 비하여 증가한 것이다.

III. 민사 배심재판제도가 다른 분쟁 해결 제도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에 대하여

미국의 민사 배심재판제도 폐지론자는 위 제도가 다른 분쟁 해결 절차, 특히 법관에 의한 재판제도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한다. 즉, 법관에 의한 재판제도가 당사자들에게 보다 편리하고, 합리적인 제도임에도 민사 배심재판제도로 인하여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민사 배심재판제도로 인하여 법률 전문가들이 일반인을 상대로 복잡한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법리를 설득하기 위하여 구술변론 절차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이러한 비판은 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구술변론 절차는 법관에 의한 재판 절차 또는 중재판정 절차에서도 활용 및 도입이 됨으로써 민사 배심재판 절차가 다른 분쟁해결 절차의 발전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쟁해결 절차가 존재함에 따라 각각의 분쟁해결 절차의 발전을 돕는 측면이 있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분쟁해결 절차마다 장, 단점이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분쟁해결 절차가 존재한다는 점은 당사자들에게는 오히려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민사 배심재판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분쟁해결 절차 수단을 제한하는 의미밖에 없다.

IV. 민사 배심재판제도가 현행 분쟁 해결에 적합하지 아니하다는 비판에 대하여

민사 배심재판제도는 그 연혁에 비추어 볼 때에 현대 사회의 분쟁 해결에는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는다. 즉, 민사 배심재판제도는 영국에서 12세기 무렵 마을에서 토지 소유와 관련된 분쟁이 있을 때 마을 사람들 12명을 모아서 소유자를 정하도록 한 것이 그 기원이기 때문에 현대 사회의 분쟁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분쟁이 마을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마을 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12명의 주민들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정확했지만, 오늘 날의 분쟁은 다수 당사자들이 관련되어 있고, 사실관계도 복잡할 뿐만이 아니라 손해 내용이나 규모도 일반인들이 판단하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우선 민사배심재판제도의 기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현행 제도는 12세기 영국에서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한 것이 아니라 노르만 족의 영국 침략 이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러 가지 수정을 거친 축적물이다. 12세기의 분쟁 내용과 2015년의 분쟁 내용이 다르듯이, 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민사 배심재판제도 역시 12세기와 2015년의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12세기의 민사 배심재판제도와 현재 운용되는 제도의 가장 다른 점은 배심원 선정 절차 (voir dire)와 배심원 설시 절차 (jury instruction) 일 것이다. 12세기의 경우 분쟁의 내용을 잘 알고 있어서 결론까지 내릴 준비가 되어 있는 마을 주민을 배심원으로 선정한 반면, 현재 당사자들은 배심원 선정 절차를 통해서 사안에 대하여 편향된 시각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배심원 후보는 제외할 수 있다. 나아가 12세기의 경우 마을 주민들이 분쟁의 내용을 잘 알고 있어서 이들에게 사안의 내용이나 법리에 대하여 설명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현재에는 사안의 내용이나 법리에 대해서 법원이 배심원 설시를 하고 있고, 당사자들이 배심원 설시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을 특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민사 배심 재판 제도는 현재의 분쟁 해결에 적합하도록 계속 개선되어 왔다.


V. 민사 배심재판제도가 배심원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비판에 대하여

민사 배심재판제도는 배심원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여 결과적으로 법의 취지를 왜곡하거나 무효화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러한 비판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배심원들이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제정한 법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 부당하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렇지만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당초의 입법 취지가 몰각될 수 있다는 점은 민사 배심재판제도 뿐만이 아니라 법관에 의한 재판 제도에서도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배심원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여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이 난 사안으로 흔히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산 할머니가 커피를 쏟아서 화상을 입은 이후 맥도날드에 대하여 소를 제기하여 286만불 상당의 손해배상(징벌적 손해배상 포함)을 받은 사건, 즉 이른바 '맥도날드 커피 사건'이 언급되곤 한다. 이 사건은 커피가 뜨거워봐야 얼마나 뜨거운가, 자기 실수로 쏟아놓고 왜 맥도날드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가라는 측면에서 논란이 되었다. 그렇지만 실상은 해당 커피는 맥도날드에서 권고하는 온도보다 뜨겁게 준비된 것이었고, 권고 온도를 지키지 않은 커피로 인하여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700여명에 이르렀고, 피해자는 전신의 16%에 이르는 부분에 3도 화상을 입어서 피부 이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즉 이 사건 역시 기업의 반복된 과실 또는 미필적 고의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한 사안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민사 배심재판의 배심원들은 분쟁 해결에 있어서 공정성과 정의를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흔히 배심원들이 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비판하지만, 이로 인하여 기업들이 관련 법규나 사회 규범을 보다 엄격하게 준수하게 된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법관에 의한 재판 제도의 경우, 법관이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서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민사 배심 재판 제도에 있어서 배심원이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VI. 결론

기본적으로 민사 배심재판제도의 옹호론자들은 위 제도가 가장 우수한 분쟁 해결 절차라거나 다른 분쟁해결 절차를 폐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각각의 분쟁해결 절차는 장단점이 있고, 법관에 의한 재판 제도가 약점이 있다고 해서 위 제도를 폐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민사 배심재판제도의 약점 때문에 위 제도 자체를 폐지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민사 배심재판제도, 법관에 의한 재판제도, 중재 판정제도는 저마다 장, 단점이 있고, 이러한 다양한 분쟁 해결 절차가 존재하고 당사자들이 그 분쟁 해결 수단을 선택함으로써 미국 사법제도의 공정성과 정의가 확보되는 것이다. 만약 민사 배심재판제도 폐지론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위 제도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면, 당사자들이 분쟁해결 수단으로서 민사 배심재판제도를 택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에도 당사자들이 민사 배심재판제도를 택하고 있다는 점은 이 제도가 여전히 유효한 분쟁 해결 절차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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