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시니어 노트

오타를 만들지 마라

김재헌 변호사

박 변호사는 업무를 잘 하여 고객으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고객은 박변호사가 열심히 일을 해 준 것에 대해서 늘 고마워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고객이 질문을 한다. "박 변호사님. 법원에 제출하신 준비서면 내용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원고와 피고의 표시가 바뀐 부분이 있더군요. 문제가 없겠습니까?" 지난번에도 법원에 제출된 준비서면에서 글자 한 개가 잘 못되어 있는 것을 고객이 발견하고 뒤늦게 지적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두 번째다. 성격이 매우 꼼꼼하고 정확한 고객인데 오타가 계속 발견되자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이전에는 박변호사의 업무를 만족해했는데 오타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약간 불만족스러워 하고 있는 눈치이다. 못 미더워 하는 것 같다.

변호사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정확성이다. 고객의 중요한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대충할 수가 없다. 적당히 할 수도 없다. 정확한 판단과 정확한 평가, 정확한 분석, 정확한 행동, 정확한 언어가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정확도를 높이는가? 정확도를 높이는 것과 관련해서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바로 오타문제이다.

오타란 타자기나 컴퓨터를 칠 때 글자를 잘 못 치는 것을 의미하거나 잘 못 쳐서 생긴 글자를 의미한다. 후배들이 작성한 문서를 보면 숫자가 틀린 경우, 동일한 단어가 중복되어 들어 있는 경우, 글자가 틀리게 된 경우, 번호를 매겼는데 번호가 맞지 않는 경우 등등 다양한 오타가 발견된다. 그러면 오타는 왜 생기는 것일까? 이전에는 변호사가 문서를 컴퓨터를 이용해서 작성하면 선배가 이를 검토해서 수정하고 담당 변호사가 다시 정리를 한다. 이렇게 문서가 정리가 되면 담당 직원이 오타가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고서 문서를 최종적으로 완성한다. 이것은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그런데 요즘은 문서 작성이 쉬워졌기 때문에 이러한 검토 단계를 생략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메일로 소통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문서를 검토해 주는 기회도 줄어 든 것 같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서 맞춤법 검사와 문법 검사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보지만 오류가 다 체크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일처리를 빨리 해야 하다 보니 오타가 생길 가능성은 더 커졌다. 젊은 변호사들의 글은 대체적으로 오타가 많다. 나이가 든 변호사들도 오타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눈이 침침해서 그런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오타가 생긴다. 그런데 이 오타는 글자나 숫자 또는 단어 한 개의 오류에 그치지 않는다. 글자 한 개 틀린 것 가지고 뭘 그렇게 문제 삼느냐고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심각할 수도 있다. 나는 변호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오타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어 왔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오타의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

첫째, 정확성이 생명인 법률 업무에 있어서 오타는 작성자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변호사의 업무에 있어서 정확성은 생명이라는 것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오타를 낸다는 것은 변호사가 꼼꼼하게 정성 들여 문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 변호사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타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단계를 거치거나 꼼꼼하게 서류를 검토하면 오타가 생길 수 없다. 그런데 오타가 생겼다는 것은 이런 단계를 거치지 않았거나 변호사가 정확하게 일을 하지 않았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 것이다. 오타가 생기면 변호사가 가볍게 일을 처리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고객이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다. 그러나 오타는 실수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와 바로 연결이 되어 버린다.

둘째, 오타가 있는 글은 독자를 혼미하게 만든다. 이상하게 오타는 어떻게 그렇게 눈에 잘 들어오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글을 읽다가 오타가 발견되면 그것이 크게 확대되어 보인다. 갑자기 다른 내용은 잘 안 보인다. 이미 읽은 내용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른 내용은 읽어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엉터리일 것 같다. 더 읽고 싶지도 않다. 오타는 글 작성자의 성품과 태도를 드러내 주고 실력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오타가 생산되기 쉬운 업무환경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오타에 대한 수인한도가 높아진 것 같기는 하다. 그래서 그런지 판결문에서도 오타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변호사는 글을 통해서 평가를 받고,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 변호사에게는 오타가 치명적일 수 있다.


셋째, 오타는 독자를 화나게 만들기도 한다. 계약 협상을 하는 중에 상대방이 내부 법무팀의 수정사항이 반영된 것이라며 영문계약서 수정안을 내게 보내 왔다. 그런데 그 내용은 법무팀의 검토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논리적이지 않는데다가 오타들이 있었다. 당황스러운 것은 몇 차례 수정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뻔한' 오타들이 수정이 되지 않은 채 그대로이고 새로운 오타들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여기 저기 짜깁기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거듭되고 반복되는 오타는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거래를 하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무례한 행위인 것이다. 나는 상대방에게 정중하게 항의를 하였다. 그리고 이 거래를 계속해야 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동료인 박 변호사와 함께 고객의 요청사항을 반영한 합의서를 즉석에서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내가 노트북컴퓨터로 바로 합의서를 수정하고 박 변호사에게 검토를 요청하였다. 두 장짜리 합의서였다. 박 변호사는 노트북컴퓨터를 전달받아 합의서를 읽더니 갑자기 "오타 한 개 발견!"이라고 외쳤다. 나도 보니 합의서에 오타가 한 개 있었다. 박 변호사는 오타를 발견하고 매우 기뻐하는 눈치이다.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보았다. 오타를 발견하고 지적하는 것은 변호사의 기쁨인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기쁨을 동료나 고객에게 주지는 말자. 글을 완성하기 전에 여러 번 반복해서 오타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말자. 오타로 인해서 나빠진 인상은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오타를 줄이는 것이 정확성을 올리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도 기억하자.


나의 제안: 오타의 부정적인 효과를 기억하라. 오타를 내지 말라.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