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조광장

여행계약에 관한 개정민법의 시행에 즈음하여

지원림 교수 (고려대 로스쿨)

국민소득의 증대에 따라 여가를 즐기는 방법의 하나로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대중화·보편화되어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 여행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단체해외여행에서 계약취소의 거부, 여행일정이나 숙박지의 임의변경, 추가요금(팁 등)의 부당청구 등 불만 내지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에 의하여 어느 정도 규율되지만, 이른바 기획여행과 관련하여 여행자의 보호 내지 분쟁해결의 기준제시에 부족함이 적지 않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여행계약에 관한 규정들을 신설한 개정민법이 지난 2월 4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민법은 여행계약의 의의, 여행개시 전의 해제,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해지, 대금의 지급시기, 여행주최자의 담보책임, 강행규정성 등에 관하여 규정하는데, 개정민법에서 다루는 여행계약은 당사자 한쪽(여행주최자)이 상대방에게 운송, 숙박, 관광 또는 그 밖의 여행관련 용역을 결합하여 제공하기로 약정하고 상대방(여행자)은 그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는(제674조의2), 흔히 패키지여행이라고 하는 유형으로, 운송이나 숙박 등에 관한 중개만을 하는 중개여행계약은 제외된다. 개정민법의 중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종래 여행과 관련된 분쟁의 다수는 계약취소의 거부였다. 그런데 통상 여행계약이 체결되고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에 여행이 개시되는데, 그 사이에 여행을 할 수 없는 사정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하여, 여행자에게 사전해제권을 부여하면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였다(제674조의3).

둘째, 당사자의 부모 사망이나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각 당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부득이한 사유가 당사자 한쪽의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 그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한편 계약상 귀환운송(歸還運送)의무가 있는 여행주최자는 해지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를 귀환운송할 의무를 지는데, 귀환운송비용 등 해지로 인하여 발생하는 추가비용은 그 해지사유가 어느 당사자의 사정에 속하는 경우에 그 당사자가 부담하고, 누구의 사정에도 속하지 않는 경우에는 각 당사자가 절반씩 부담한다(제674조의4). 참고로 현재의 표준약관에 의하면 여행사의 귀책사유에 의하지 않는 한 여행자가 추가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셋째, 여행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여행주최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여행자는 여행주최자에게 하자의 시정 또는 대금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여행자는 시정청구, 감액청구를 갈음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시정청구, 감액청구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제674조의6). 나아가 여행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여행자는 그 시정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리고 여행주최자는 계약의 해지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조치를 할 의무를 지며, 계약상 귀환운송의무가 있으면 여행자를 귀환운송하여야 하는데,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여행주최자는 여행자에게 그 비용의 일부를 청구할 수 있다(제674조의7). 그런데 담보책임에 따른 여행자의 권리는 여행기간 중에도 행사할 수 있으며, 계약에서 정한 여행 종료일부터 6개월 내에 행사하여야 한다(제674조의8).

그런데 이 규정들과 다른 약정으로 여행자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부정된다(제674조의9). 즉 이들은 여행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된다.

그리고 한 가지 추가할 것은, 여행계약에 관한 개정민법의 8개 조문 외에 민법의 일반이론이 당연히 적용된다는 점이다. 가령 현지여행사나 가이드 등의 부당행위에 대해서도 여행주최자는 책임을 진다. 즉 이들은 여행주최자의 이행보조자로서 민법 제391조에 따라 이들의 고의나 과실이 여행주최자의 고의나 과실로 다루어진다. 나아가 하자로 인하여 여행이 실패로 끝나거나 불완전한 상태에서 실행됨으로써 휴가기간이 허비된 경우에 여행자는 민법의 일반규정에 따라 정신적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민법의 개정으로 여행계약이 전형계약으로서의 지위를 부여받았는데, 이는 단순히 이론적인 차원의 것이 아니다. 여행자와 여행주최자의 권리·의무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여행자를 보호하고 분쟁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여행개시 전의 해제권이나 여행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인정되는 여행자의 해지권은 강행규정으로 바람직한 거래관행의 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