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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스하여야 하는 자동차

전응준 변호사 (법무법인 유미)

비행기의 핵심 가치는 하드웨어가 아닌 탑재된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점은 자동차도 마찬가지라고 보이는데, 최근 무인자율주행 자동차도 그 핵심은 인공지능의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고 그 외 전자제어장치(ECU), 텔레매틱스(telematics),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등 자동차의 구성요소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커졌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사회통념상 하드웨어 제조업자로 분류되는 자동차회사도 소프트웨어의 관점에서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미국 저작권법 제1201조는 저작권자가 저작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접근통제 등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다만 공정이용의 관점에서 예외적으로 제3자가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일부 사유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저작권청은 3년마다 이 예외 사유를 재설정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는데, 작년 5월에 있었던 공청회에서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는 자동차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권리는 자신에게 있으므로 자동차 구매자는 이 소프트웨어에 관한 소유권이 없고 단지 자신들로부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라이선스만을 얻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같은 주장은 여러 매체에서 각색되어 마치 GM이 "당신이 자동차 구매자라고 하더라도 자동차를 소유할 수는 없다. 다만 자동차를 라이선스할 수 있을 뿐이다"라는 대담한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표현이 다소 부풀려진 것이기는 하지만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GM은 자가 또는 제3자의 자동차 수리를 막고 자신과 계약된 수리업자에게만 엔진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기 위하여 이런 주장을 하였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동차의 가치 비중이 점점 더 소프트웨어로 이동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自動車, automobile'라는 말은 본래 동력의 관점에서 스스로 움직인다는 의미였는데, 이제는 사람의 제어가 필요 없는 학습·지능의 관점에서 자율적인 것으로 이해된다. 그 중심에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과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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