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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법창

법이 무사한지

최현진 법무사 (서울남부회)

누군가 물었다. 법무사가 사무장보다 나은 게 뭐냐고. 아마도 경험이 많은 사무장을 염두에 두고 물은 것이리라. 법무사가 사무장보다 나은 이유라….

법무사로서 처음 수임한 사건은 강화도에 있는 부동산의 상속등기였다. 등기소에 도착하니 증지와 등기필정보 송부용 봉투가 없었다. 증지는 등기소에서 파는 줄 알았고 봉투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리 저리 뛰어다닌 끝에 등기소가 문 닫기 직전에야 간신히 등기신청서를 접수할 수 있었고 등기소를 나오는데 안도감에 맥이 탁 풀렸었다. 참 어설프기 짝이 없는 초짜 법무사였다. 업무처리가 사무장은커녕 사무원만도 못하였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나도 제법 전문가 티가 난다. 경험이 쌓이면 그에 비례하여 실력도 쌓이게 마련. 경험이 실력인 것이다. 그런데 초짜 티를 벗고 보니 법무사에게 경험이나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법'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다. 눈앞에 이로움이 있을 때 '법'을 생각하고, '법'이 아니면 이로움이 크더라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마음 말이다. 바로 견리사의(見利思義)이다. 그런데 돌아보니 이런 '법'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내가 초짜 법무사일 때도 이미 내 안에 있었다. 법을 배우고 법무사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나의 일부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 마음은 실무경험의 많고 적음과 무관한 것임을 나는 안다. 나는 또 안다. 대부분의 법무사가 이런 마음인 것을.

얼마 전의 일이다. 동업하는 법무사가 매도인의 아들이 매도인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가져와서 잔금도 모두 받았다며 소유권이전등기를 해달라고 하는데, 매도인 본인을 확인할 수 없어서 수임을 포기하였다. '법'은 법무사에게 위임인을 직접 확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법'을 지키기 위해 보수를 포기한 것이다. 보수를 받기 위해 '법'에 대해 질끈 눈감고는 융통성이란 이름으로 정당화하지 않은 그가, '법'을 지킨 그가 자랑스럽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무리 경험이 많더라도 법무사 없는 사무장은 사(私)로써 무장할 뿐이지만, 아무리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법무사는 법(法)이 무사한지 살핀다고. 그래서 법무사가 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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