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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노트

핵심을 꿰뚫는 질문을 하라

김재헌 변호사

기업 인수합병 거래를 진행하기 위해서 외국계 자문회사를 선정하는 작업을 했다. 자문 조건에 대해서 협상을 하면서 나는 자문회사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항 한 개를 추가하였다. 나는 공평한 거래가 성공가능성을 높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국인인 자문회사 쪽 담당자는 왜 자기 측에 유리한 조항을 상대방인 내가 넣느냐는 취지로 질문을 하였다. 나는 웃으면서 공평한 거래를 위한 것이라고 바로 답을 하였다.

서양 사람들과 회의를 하거나 모임에 참석해 보면 이들은 질문을 많이 한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손을 들고 질문을 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 속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이들은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능력 있는 사람의 중요한 특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반해서 한국 사람들은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아마도 엉뚱한 질문을 하여 비웃음의 대상이 되거나 자신의 얕은 지식이 드러나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멋진 질문을 하려고 질문할 내용을 머릿속에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질문시간이 끝이 나 버렸을 때 아쉬움보다는 안도감이 몰려 오는 이상한 경험을 한국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인 차이는 변호사들에게도 그대로 투영된다. 외국변호사들이나 외국고객들이 하는 이야기는 이렇다. 한국변호사들과 일해 보면 한국변호사들은 고객의 질문에 대해서 정확한 답을 찾아오는 탁월한 역량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변호사들은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질문을 하면서 해법을 찾아나가는 것에 익숙한 외국인과 외국변호사들은 이런 한국변호사의 모습을 좋게 평가하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은 문화의 차이에 기인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동의를 하지 않지만, 이들의 견해는 질문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나의 경우 후배들이나 고객들과 회의를 많이 하게 된다. 회의 때 내가 주로 하는 것이 질문하는 일이다. 정답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니까 질문한다. 질문하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게 되고 방향을 잡게 된다. 또 다른 사람의 질문과 답을 들으면서 같이 고민하다보면 해법이 생기게 된다.

질문이 중요하다고 해서 질문을 엉터리로 해서도 안 된다. 해법을 찾는 것은 정확한 질문을 할 때 가능해진다. 질문의 내용을 들어보면 질문하는 사람이 사안의 실체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래서 고객과 회의를 하다가 엉터리질문을 하게 되면 고객을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 질문이 엉뚱하게 보이는 것은 괜찮겠지만 엉터리 질문을 한다고 평가받는 것은 좋지 않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아무튼 핵심을 짚어 내는 질문을 해서 회의 참석자나 고객이 "아하!"하면서 무릎을 칠 수 있게 해야 한다.


한번은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계약 협상에 관여하게 되었다. 관련 계약서류들을 보면서 나는 상대방인 미국회사의 의도와 입장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파악한 미국회사의 의도와 입장은 고객이 이해하고 있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현재까지 고객은 미국회사의 포지션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상을 상당부분 진행해온 것이다. 당사자 간에 의사의 일치가 없는 상태라는 것이 내게는 분명해 보였다. 분쟁을 미리 예방하고 의사의 합치를 이루기 위해서 이런 장면에서는 당연히 질문을 하여야 한다. 질문을 하되 가급적 핵심을 꿰뚫을 수 있는 질문을 하여야 한다. 핵심을 꿰뚫는 질문을 하게 되면 상대방의 입장을 보다 더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되므로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질문을 통한 의사의 확인작업이 당연한 것 같은데 실무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이런 질문을 하지 않고서 막연한 추측에 근거해서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질문을 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를 추측해서 거래를 하게 되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처럼 질문은 실무상 매우 유용한데 나의 경험상 변호사에게 중요한 두 가지 질문은 "왜?"(why)와 "그래서?"(so what)인 것 같다. '왜?'라는 질문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게 해 주고 '그래서?'라는 질문은 해법을 찾게 해준다.

우선 "왜"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사람의 행동이나 거래의 모습만 보아서는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코끼리 다리만 보는 사람이 코끼리의 모양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전체적인 그림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정확한 해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변호사들은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왜"라는 질문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왜 고객은 그런 행동을 하였는가? 왜 상대방은 그런 반응을 보이는가? 왜 이런 상황이나 결과가 생겼는가? 재판장은 왜 그런 질문을 하였을까? 등등 "왜?"라고 계속 물어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생각하는 훈련을 하게 되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그래서?"라는 질문은 "왜?" 만큼이나 변호사에게 중요한 질문이다. 후배 변호사와 회의를 하다 보면 후배 변호사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듣다보면 귀에 쏙 들어오는 것도 아니어서 금방 지루해진다. 집중이 안 된다. 특히 후배변호사가 사건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 내용이 장황하고 핵심을 찌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가 질문을 한다. 그래서요? So what? 왜 그런 내용을 지금 우리가 논의하고 있나요? 그 판례나 견해들이 우리가 찾는 해법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아무리 정치하고 좋은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내가 찾고자 하는 해법과 연관성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므로 변호사는 모든 것을 해법과 연결시키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핵심을 짚어내지 못하고 변죽을 울리게 되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실무가로서는 단순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일을 할 수 없다. 변호사는 이론을 탐구하는 직업이 아니라 해법을 찾아내고 실행하는 전문가이다. 그래서 변호사는 항상 "So what?"이라고 질문해야 한다. 항상 이 질문을 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면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해법을 찾아내는 길에 접근하게 되어 있다.


나의 제안: 질문을 많이 하고 정확한 질문을 하려고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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