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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노트

고객과 협력해서 작품을 만들어라

김재헌 변호사

#1 강 변호사는 고객이 탐정처럼 증거자료를 수집해 주는 것을 보면서 너무 재미있어 한다. 고객이 엔지니어 출신이어서 그런지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있다. 좋은 고객을 만난 것이다. 상대방 측이 제출한 증거서류와 서면을 고객에게 제공해 주면 고객은 증거서류와 서면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오류를 찾아내고, 또 반박할 만한 증거를 찾아온다. 관공서를 방문하거나 등기소를 방문하여 자료를 열심히 수집해 온다. 심지어는 전문가를 직접 만나서 증거가 될만한 자료를 수집하기도 한다. 강 변호사로서는 고객에게 소송전략을 알려주고 고객이 수집한 자료를 잘 평가하고 정리해서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고객도 행복해 한다.

#2 임 변호사는 고객과 같이 회의를 자주 한다. 임 변호사는 고객과 회의를 계속 하면서 고객의 생각을 듣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고객도 자기의 견해가 존중이 되니 임 변호사에게 자기의 아이디어를 계속 이야기한다. 고객이 열심히 사실관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자기가 생각하는 법률적 적용에 대해서도 변호사에게 이야기한다. 고객은 인터넷에서 법률도 찾아보는 등 열심이다. 필요한 경우 정부부처에 연락하여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자기 일이기 때문에 열심히 검토한다고 고객은 설명한다. 이 고객은 임 변호사가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자기의 이야기를 서면에 반영해 주는 것을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아무도 들어줄 것 같지 않은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고마운 것이다.

#3 박 변호사는 고객과 회의를 한 후 변론준비의 방향을 잡았다. 이번 변론의 핵심은 프레젠테이션이다. 박 변호사는 프레젠테이션 자료의 준비를 고객에게 부탁했다. 박 변호사는 고객이 이런 자료를 만든 경험이 많으므로 이런 업무분담을 통해서 효율적으로 변론을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 변호사의 말이 맞기 때문에 고객도 동의를 하고 열심히 자료를 준비했다. 그런데 문득 고객은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 자료 준비는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을 자기가 하고 있으니 갑자기 짜증이 난다.

변호사들은 혼자 일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변호사는 직원들의 도움, 고객의 도움 그리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일을 하기 때문에 혼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변호사들은 혼자 일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고객을 업무의 파트너와 협력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은 변호사가 지시한 사항을 따르는 심부름꾼이 아니다. 고객은 협력자이고 파트너이다. 고객과 같이 협력해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일도 재미있고 결과도 더 좋다. 고객을 협력자로서 생각하고 같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 신뢰하지 않는 사람과 같이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고객과 정직하게 소통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고객에게 정확한 내용을 즉시 보고하여 고객이 사건을 장악하고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고객의 신뢰가 있고, 고객이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 고객은 스스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변호사가 무엇을 해 달라고 부탁하기 전에 고객이 먼저 자기가 준비해야 할 것을 아는 것이다. 이런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에서 변호사와 고객은 한 팀이 될 수 있다. 만약 고객과 같이 일을 하다가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고객이 변호사와 같이 열심히 일을 하였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 변호사를 탓하지 않는다.

둘째, 변호사가 일을 함에 있어서 고객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고객에게 알려 줘야 한다. 고객은 변호사와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모를 수 있다. 변호사를 선임하면 변호사가 알아서 일하고 성공이라는 결과물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고객이 오해를 하지 않도록 '변호사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도와주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증거수집은 당사자인 고객이 잘 알고 있으니 열심히 도와 달라'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정을 고객이 이해하면 고객은 변호사의 협력자가 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셋째,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야 한다. 변호사들은 자기가 전문가이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고객에게 지식과 경험을 이야기해서 고객을 안심시키고자 한다. 이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고객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다. 고객은 자기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어 놓게 된다. 그리고 더 신뢰를 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협조관계가 구축이 된다.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내가 왜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느냐고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이것은 내 일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내가 해서 변호사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마음에 평안함이 있어야 한다. 변호사의 마음이 불안하고 복잡하면 고객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다. 고객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되면 변호사는 고객으로부터 풍성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그 뿐 아니라 고객도 스스로 나서서 변호사의 협력자가 되기를 원하게 된다.

넷째, 고객보다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고객은 자기 사건이니까 열심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골치 아프다고 생각하며 자기 사건인데도 신경을 더 이상 쓰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변호사가 고객과 협력하기가 어렵다. 이때는 변호사는 고객이 귀찮아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자료를 요구하고 의견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면서 변호사가 내 일처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고객은 변호사가 자꾸 전화해서 '자료 달라', '회의하자'고 하면 귀찮아 할 것이다. 그러나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다. 변호사가 내 일을 열심히 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 고객의 협력을 유도해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런 상황들이 별로 유쾌하지는 않지만 사건을 잘 처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나의 제안 : 고객을 협력자로 생각하고 고객과 같이 일을 하라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