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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와 위피

전응준 변호사 (법무법인 유미)

공인인증서는 인터넷 뱅킹 등 전자금융거래에서 매우 낯익은 존재이다. 본래 공인인증서는 전자서명이라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고안된 것이었으나 2002년 정부가 전자금융거래에서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이래 공인인증서는 전자문서의 무결성을 의미하는 전자서명의 측면보다는 인터넷뱅킹, 온라인 결제 등 전자금융거래에 필요한 도구적 장치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공인인증서에 대한 여러 시각이 존재하지만 공인인증서가 우리나라 인터넷뱅킹 등의 활용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인터넷 뱅킹이 활성화된 까닭을 따져 본다면 그 중 하나로 공인인증서 사용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전자금융거래가 그토록 활발한 우리나라에서 핀테크의 국제적인 흐름을 주도할 만한 기술이나 기업을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하여는 향후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수립할 때 반드시 참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인인증서 사용이 의무화되면서 거래계에서는 정보보안이나 새로운 결제기술개발에 대한 동력을 상실하게 되었고 결국은 우리나라가 세계 결제시장에서 갈라파고스 섬처럼 되어 버리는 결과가 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이제는 대중에게 잊혀진 위피(WIPI)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무선인터넷 플랫폼이 있다. 피처폰 시절 이동통신업체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만들어 사용하였기 때문에 콘텐츠제공업체는 같은 콘텐츠를 여러 개의 플랫폼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하여 2001년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통일하여 위피라는 표준규격을 만든 것이다. 위피는 콘텐츠서비스 비용을 절감하고 외국 기업으로부터 우리나라 시장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였지만 혁신을 이미지로 삼은 아이폰의 공세에 밀려 2009년 의무탑재가 폐지되었다. 공인인증서, 위피 모두 좋은 기술인 점은 분명하나 국제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국내에서 폐쇄적으로 사용되면서 어느 시점에선가 문제가 발생하였다. 우리의 고유성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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