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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약속한 기한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준수하라

김재헌 변호사

 
소송의 경우 변론기일 등 각종 기일이 있고 서류제출기한이 정해져 있어서 변호사들은 기한을 준수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변호사들이 고객과의 관계에서는 기한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고객들은 결과물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변호사가 기한을 준수해 줄 것을 기대한다. 왜냐하면 고객에게 기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기한을 맞추지 않으면 고객이 구상하는 프로젝트나 업무가 예정대로 진행이 되지 않는다. 고객은 자신의 업무스케줄을 가지고 있다. 어떤 경우는 변경이 가능하지만 어떤 경우는 이 스케줄을 변경할 수 없다. 변호사의 업무는 이러한 고객의 스케줄의 일부이다. 그래서 변호사가 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고객은 불안해한다. 다른 변호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변호사가 과거에 훌륭하게 일을 해주었더라도 지금 고객의 일을 제때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고객은 차선책으로 다른 변호사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실이다. 고객이 이런 고민을 할 만큼 기한은 중요한 것이다.

고객이 기한을 미리 정해주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는데 고객이 기한을 미리 정해주는 경우라면 그 기한을 맞추어야 한다. 고객이 기한을 정할 때는 꼭 필요해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기한을 준수하는 것이 완벽한 결과물보다 더 중요하다. 박 변호사는 고객을 위해서 회사 인수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고객은 어느 날 오후 박 변호사에게 전화해서 "오늘 중으로 법적 쟁점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달라"고 했다. 급하게 요청을 하는 것이니까 자세하고 정확한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의견의 용도가 매도자 측과 특정 쟁점에 대한 논의를 전개해 나가기 위한 근거로 삼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변호사가 고객에게 "시간이 많이 걸려서 안 된다" 또는 "내일 주겠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박 변호사에게 그날 오후에 일정들이 있었다. 일단 그 일정들을 조정하여 의견을 작성하는 시간을 만들어 낸 다음 박 변호사는 바로 핵심을 잡아 한 장짜리 메모를 만들어 주었다.

만약 고객이 기한을 정확하게 정해주지 않으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고객에게 언제까지 결과물이 필요한지를 반드시 물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투입될 시간들을 예측해보고 기한을 고객에게 제시해주어야 한다. 고객은 항상 급하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아도 당장 결과물을 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변호사가 기한을 제시해주면 그때까지는 기다려 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므로 변호사는 자기가 고객에게 알려 준 기한을 넘기면 안 된다. 고객은 이것을 바탕으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 일을 진행하면서 기한을 준수하기가 어렵다면, 반드시 고객에게 연락하여 사정을 설명하고 고객이 업무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기한과 관련해서 생각해야 할 것은 기한을 지키려고 하다보면 완성되지 않은 결과물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기한을 지키려고 완성되지 않은 결과물을 제출하면 그 결과물을 보고서 고객이 불안해할 수 있다. 이것은 속옷차림으로 파티장에 가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결과물을 기한 내에 제공하지 않고 고객을 기다리게 하면 그것은 더 안 좋다. 고객을 기다리게 하더라도 좀 더 완성된 결과물을 제공할 것인가 아니면 미완성이지만 결과물을 제공하여 고객에게 진행상황을 파악하게 하고 고객이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게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상황에 따라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이를 부드럽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신뢰관계 구축이 중요하다. 신뢰관계가 구축이 되어 있으면 기한을 정하거나 조정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자유롭다.

기한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젊은 변호사들에게 이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기한을 준수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첫째, 시간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 타임시트를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타임시트를 기록하게 되면 각 업무별로 자신의 시간이 얼마나 투입이 되었는지를 조망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간관리의 또 하나 중요한 방법은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급박하게 일들이 밀려들면 젊은 변호사들은 어떤 일을 어떤 순서로 처리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해 한다.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조급한 마음만 들 뿐 어떻게 처리할 줄 몰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마음에는 일처리에 대한 부담이 가득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매일 아침 또는 수시로 해야 할 일들을 적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할 일 목록' 즉 'to do list'이다. 이런 노력을 하면 각 업무별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인지에 대한 예측력이 생긴다.

둘째, 여러 건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변호사들은 저글링을 잘 해야 한다. 저글링이란 접시나 공과 같은 물체를 두 손으로 여러 개 돌리면서 묘기를 부리는 것이다. 작은 공 두 세 개를 두 손으로 공중에 올리고 받는 것을 다 해 보았을 것이다. 이것이 저글링이다. 실력이 있는 사람은 네 개, 다섯 개까지 돌릴 수 있다. 처음 변호사를 시작하면 여러 사건을 동시에 진행하지 못한다. 저글링이 안 된다. 일이 주어지면 허덕인다. 새로운 일이 또 주어지면 무슨 일을 먼저 하여야 할지 당황해 한다. 여러 건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변호사들은 마치 저글링을 훈련하듯이 저글링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자주 상상해 보는 것이 좋다. 이런 상상을 하면서 힘들더라도 여러 가지 사건을 동시에 처리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여러 사건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셋째, 머릿속에서 완료된 일들을 빨리 지워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어떤 면에서 우리의 머리는 컴퓨터와 비슷하다. 컴퓨터는 저장공간이 줄어들면 속도도 느려지고 새로운 데이터를 기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불필요한 데이터는 삭제하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변호사가 일 처리를 깔끔하게 마무리 하지 못하고 머릿속에 남겨 두면 머릿속 저장공간이 부족해진다. 일 처리를 마무리하고 신속하게 머릿속 저장공간을 비워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일들을 기한에 맞추어 처리해 낼 수 있다.


나의 제안 : 고객과 약속한 기한을 준수하기 힘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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