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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변호사 이야기

미국의 복면금지법(Anti-mask law)

강병진 미국법연구소 소장

최근 복면금지법 제정을 놓고 여러 논의가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 복면금지법을 두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은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미시건주, 조지아주, 플로리다주, 루지애나주 등 약 15개주와 워싱턴 DC가 복면금지법(Anti-mask law)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각 주의 규정은 조금씩은 다른 점은 있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의 극우 비밀결사단체인 KKK(Ku Klux Klan)가 KKK Hood나 마스크를 쓰고 흑인 등 소수인종 등에 대한 폭행이나 테러를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서 복면금지법이 제정되었습니다.

복면금지법은 보통 두 가지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일반 범죄를 범하고 있는 동안 마스크(Mask)를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Criminal anti-mask laws와 범죄를 범하고 있는 것 과는 관계 없이 공공의 장소에서 자신의 신원을 감추기 위하여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General anti-mask laws로 구분이 됩니다.

Criminal anti-mask laws의 경우에는 마스크를 쓰고 강도를 하거나, 유괴범이 마스크를 쓰고 유괴를 하는 경우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는 경우보다 가중 처벌 하는 형식입니다. 이러한 복면금지법의 합헌성에 대해서는 큰 논쟁은 없으며, 일반적으로 합헌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General anti-mask laws의 경우에는 공공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거나, 시위를 하는 경우 경찰에 의해 복면금지법 위반으로 체포가 될 수 있는 근거로 이용될 수 있고, 실제 복면금지법 위반으로 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기소가 되는 경우도 드물지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면금지법에는 일반적으로 예외 조항이 있습니다. 즉, 할로윈(Halloween) 같이 축제를 위한 마스크 등의 착용이나 교육, 종교, 역사와 관련된 행사를 하기 위한 착용, 카니발이나 페스티벌 같은 행사에서 마스크 등을 착용하는 것은 복면금지법상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뉴욕주의 경우에는 다른 주들보다 일찍 복면금지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70년 전인 1845년에 복면금지법이 제정되었습니다. 당시 경제 상황이 안 좋은 상태에서 과도한 토지 임대료에 반발한 소작농들(Tenant farmers)이 폭동을 일으키고, 법집행공무원들(Law enforcement officers)을 상대로 인디언 복장(Calico gowns and masks of sheepskin or painted muslin)등을 하고 총기 등으로 무장한 채 공격을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폭동이 과열되어 급기야 보안관(Sheriff)등 수명의 법집행공무원들이 살해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이에 1845년 1월 주지사가 복면금지법 제정을 의회에 촉구하였고, 의회는 이 복면금지법을 가결시켜 복면금지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 복면금지법에 따르면, 도로 등 공공장소에서 신원을 숨기기 위하여 얼굴에 페인트 칠을 하거나 변장을 하는 경우, 변장 등을 한 데에 대해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 범죄(crime)가 되어 6개월 까지 투옥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만일 칼이나 총기 등 무기를 소지하는 경우에는 투옥 기간이 2배로 과해질 수도 있었습니다. 이 복면금지법은 당시의 시민 폭동(civil unrest)을 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입법이 되었는데, 1850년경 폭동이 거의 사라진 이후에도 폐지 되지 않고 존속 되다가 1965년 개정이 되어 투옥기간의 상한이 6개월에서 15일로 줄어들었습니다.

뉴욕의 복면금지법에 대해서는 연방법원의 위헌성 심사가 있었습니다. 1999년 KKK(Ku Klux Klan)의 분파인 American Knights가 퍼레이드(Parade)를 하려 했으나, 뉴욕시 경찰이 American Knights가 행진하는 동안 KKK의 상징인 마스크를 쓰려고 하자 복면금지법 위반을 이유로 퍼레이드를 불허하였습니다. 이에 American Knights는 뉴욕주의 복면금지법은 자신들의 수정 헌법 제1조상의 표현의 자유(The First Amendment rights to freedom of speech)를 침해 한다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004년 동 법원은 뉴욕주의 복면금지법은 합헌이라고 결정하였습니다. 복면금지법이 역사적으로 폭력을 방지하고 범법자에 대한 체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American Knights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미국의 복면금지법은 특정 메시지를 암시하는 마스크나 두건을 쓰고 인종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거나 사회 불안을 일으키는 극단적인 폭력 행사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제정된 역사적인 동기가 있습니다. 또한 일반 범죄 행위시 마스크 등을 쓰는 경우 가중 처벌하게 하는 목적으로서는 일반적으로 정당성을 인정 받고 있습니다.

복면금지법이 일반적인 축제나 행사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면서도 정치적인 시위에 대해서는 예외로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마스크나 두건 착용을 한 시위 참여자를 체포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 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복면금지법으로 체포되는 경우도 적지만, 체포되더라도 기소되어 처벌까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복면금지법에 대해서 위헌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올해 10월 복면금지법을 두고 있지 않은 미시시피주에서 할로윈 행사 도중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여러명이 네일샵에 강도를 저지르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한 언론사에서 복면금지법 제정에 대한 찬반 투표를 했는데, 투표에 참가한 492명 중 72%가 제정에 찬성했었습니다.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 앞에서는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 복장 등 다양한 캐릭터의 복장을 하고 사진을 찍고는 팁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작년 10월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사진을 찍고 팁을 요구하는 사람과 행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 졌고,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사람이 이를 제지하던 경찰에게 물리력을 행사하여 경찰에게 경범죄(Aggressive panhandling and disorderly conduct)로 체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논의가 있었습니다. 판사가 스파이더맨의 행인과 사진을 찍고 팁을 요구하는 것이 복면금지법에서 예외로 두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상의 행위로 해석한다면 복면금지법 위반이 안되겠지만, 엔터테인먼트의 행위가 아니라고 해석한다면, 타임스퀘어 앞의 캐릭터 복장을 한 사람들은 모두 복면금지법 위반으로 체포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복면금지법 입법을 두고 여러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데, 미국의 복면금지법 제정 당시의 상황과는 다른 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일부 주의 복면금지법과 관련하여 논의 되고 있는 점 들이 우리에게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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