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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조

최근 미국에서의 총기 규제 논란을 바라보며

성중탁 교수 (경북대 로스쿨·법박·변호사)

1. 미국의 총기 소지의 법적 근거와 이를 둘러싼 논란의 역사

미국 수정헌법 제2조(Amendment II / 무기휴대의 권리)는 "규율의 통제를 받고 있는 민병(民兵)은 주(state)의 자유와 안보에 반드시 필요하므로, 무기 소지 및 휴대에 관한 국민의 권리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수정헌법 제2조를 해석하는 일은 지금까지 논쟁 중인데 크게 두 가지 학설이 있다. 이른바, '개인의 권리' 이론과 '주의 권리' 이론이 그것이다. '개인의 권리' 이론은 수정헌법 제2조에 의하여 보호받는 권리는 미국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총기를 소유, 점유, 운반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라고 주장한다. 반면, '주의 권리' 이론은 수정헌법 제2조의 목적은 주가 공식적으로 조직된 민병대를 보유할 수 있는 권한을 보호하는 조항일 뿐 개인의 총기소지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근거 규정은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최고 헌법 해석 기관인 연방대법원은 위 조항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다. 그나마, 미합중국 대 크룩생크 사건(1876)에서 대법원은 두 가지 원칙을 선언했는데, 첫째 원칙은 수정헌법 제2조가 정부의 총기 규제에 대해 방해 조항으로 작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두 번째는 이 조항이 주정부가 아니라 연방정부에만 적용된다는 점이었다. 즉 수정헌법 제2조가 총기규제에 대해 어떤 한계를 규정하든 이는 주정부에 적용되지 않으며, 주정부는 총기규제에 대해 무제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 후 중요한 사건은 1934년 미합중국 대 밀러 판결이다. 이 사건은 무기를 다른 주로 운송하는 일을 규제하는 국가총기법의 위헌성에 관한 것으로 원고들은 수정헌법 제2조에 보장된 자신들의 무기소지 권리를 국가총기법이 침해한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총기를 규제할 수 있는 의회의 권한뿐만 아니라 연방 총기법이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1960년 하버드 법대 교수 스튜어트 헤이즈는 개인의 총기소유는 수정헌법 제2조에 의해 보호받는 특권이며, 민병에만 적용하려는 과거 대법원 판결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수정헌법 제2조는 민병 의무와는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자기방어를 위해 총기를 소지하고자 원하는 개인의 권리를 헌법상 보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수정헌법 제2조는 시민들의 '혁명의 권리'를 규정한 것이기도 하여 시민들이 부당한 전제 정부에 대해 역성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2. 미국에서의 총기논란의 몇 가지 쟁점

총기 옹호론자들은 총기 규제론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총을 맞고 사망한 사람을 모두 총 때문에 죽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어떤 통계는 총기사고로 어린 아이가 목숨을 잃을 확률은 100만분의 1 미만이라고 한다. 공사판 웅덩이나 맨홀에 아이가 빠져 죽는 경우가 이보다 확률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런데 웅덩이를 사회문제로 삼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빈정댄다. 무엇보다, 총기가 오히려 범죄를 억제한다는 주장은 미국에서 그 역사적 뿌리가 매우 깊다. 미국에서 총은 한때 평등자(equalizer)로 불렸다고 한다. 서부 개척시대 당시 총기는 약자들의 열세(劣勢)를 한순간에 만회시켜 주는 고마운 도구로 여겨졌다. 실제 총기가 없더라도 총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 때문에 함부로 남의 집 담을 넘을 수 없는 것이 범죄학적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무기소지권'은 절대적인 헌법상 권리이고, 기본사항 이외의 어떠한 규제도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총기반대론은 암묵적으로 총이라는 도구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단정한다. 이들은 매년 수만 명이 총기 관련 사고로 사망하는데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무기를 구하기가 너무 쉽다는 점을 지적하며 수정헌법 제2조는 총기 옹호론의 헌법상 근거가 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들도 개인 총기소유를 완전히 불법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총기와 소유자를 반드시 행정관서에 등록하도록 하며, 총기를 구입하는데 엄격한 조건을 만들고,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에도 한계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기종류의 제한은 경찰이 적극적인데, 미국 경찰은 범죄자들이 종종 자신보다 성능이 더 좋은 무기를 지니고 있어 범죄 소탕과정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고 주장한다.

3. 결론

임기를 1년 남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총기 규제를 관철하겠고 벼르고, 이에 맞서 공화당이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 문제가 현재 미국 대선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엄청난 로비력을 자랑하는 미국총기협회(NRA)의 후원을 받는 공화당 대선 주자들 중 선두 그룹인 도널드 트럼프와 벤카슨 후보는 "현행 총기규제법은 지금까지의 총기사건과 아무런 상관성이 없다면서 총의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들이 안고 있는) 정신질환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또한 테드 크루즈는 "대통령이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총기를 없애려고 하는데 이는 위헌적 발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제 미국에서 총기 규제 논쟁은 동성(同性) 결혼처럼 아무리 떠들어도 답이 없는 답답한 주제가 돼버린 것 같다. 미국인들은 총기사건이 터지면 총기반대 운동을 펴기 보다는 오히려 총을 사들이고 있다. 그에 반해 호주는 1996년 강력한 총기 수거정책을 펼쳐 총기 사망자와 자살자가 획기적으로 줄었다. 우리가 미국처럼 될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수정헌법 2조를 만든 미국 선조들 역시 자신들의 후손들이 지금처럼 총기의 공포 속에 살게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초 엽총난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4명이 숨지자 국회는 7월 관련 총포법을 개정한 바 있다. 뉴욕타임즈는 한 사설에서 "아무리 큰 총기 사고가 나더라도 큰 변화가 없을 거라는 사실을 미국인 모두 알고 있고, 국민과 정치권 모두 현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도 거의 없어 보인다"라고 냉소적으로 지적했는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총기정책에 관한 안타까운 민낯을 우리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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