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LAW&스마트

어문저작물로서 컴퓨터프로그램

전응준 변호사(법무법인 유미)

하나의 컴퓨터프로그램은 소스코드(source code)의 형태와 오브젝트코드(object code)의 형태로 달리 표현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소스코드를 컴파일(compile)하여 생성되는 오브젝트코드(실행파일, 라이브러리)와 컴파일되기 전의 소스코드는 동일한 컴퓨터프로그램을 표상한다. 다만 소스코드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고급 컴퓨터언어로 작성되어 적어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그 표현의 의미와 가치를 온전히 향유할 수 있지만 컴파일된 오브젝트코드는 0과 1로 이루어진 기계어로 작성되어 사람이 그 이진수적 표현을 이해하기는 극히 불가능하다.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저작물을 보호하는 법률이지만, 컴퓨터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문자로 작성된 소스코드와 함께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오브젝트코드까지 어문저작물로 인정하고 있다. 즉 오브젝트코드는 기계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표현이지만 이 또한 사람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였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어문저작물의 개념이 확대되는 것은 필연적이었으나 사람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였다고 하지만 정작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표현을 어문저작물로 인정하는 것에는 다소 어색한 점이 없지 않다.

실행파일 등의 오브젝트코드는 공중에 공개되더라도 사람이 언어적 해독을 하기 어렵다. 이를 활용하여 상업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은 자신의 창작물을 영업비밀로 관리하면서 컴퓨터프로그램을 오브젝트코드의 형태로만 배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저작권, 특허법 등의 창작법 계열의 지적재산권은 창작물에 대하여 독점권을 부여하지만 그 대가로 공중에 대한 공개를 요구한다. 즉 창작물의 사회적 공개를 통하여 문화,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면서 창작자에게 독점권이라는 인센티브를 주는 형식이다. 그렇다면 오브젝트코드라는 형태로 공개하는 경우에도 저작권법에 의한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한가. 오브젝트코드라는 사람이 이해하기 어렵고 그 점에서 사회적으로 공개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창작물에 독점권을 부여하여야 한다면 사회는 그 대가로 창작자에게 무엇을 요구하여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오픈소스 운동, 역분석의 제한, 기술적 보호조치의 의미에 대하여도 생각해보면 좋을 듯싶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