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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서 바라 볼 통신자료제공제도

전응준 변호사(법무법인 유미)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국제규범으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권리 규약이 있다. 흔히 B규약, 자유권 규약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도 1990년 이 규약에 가입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가입국은 5년마다 규약이행에 관한 정부보고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유엔 자유권 위원회는 정부보고서, NGO보고서 등을 참조하여 해당 정부의 규약이행 여부를 심의하고 권고를 내린다. 우리나라는 1990년 비준 이후 3차례의 심의를 받았으며 금년 10월 22~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4번째 정부보고서 심의를 받는다.

유엔 자유권 위원회는 심의에 앞서 해당 국가에게 사전질의서를 보내는데, 이번 질의 내용 중에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 제공요청과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이 규약 제17조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 있다.

통신자료는 이용자의 인적사항인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아이디, 전화번호 등을 말하고,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일시, 통신시간, 사용도수, 위치추적자료 등을 말한다.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은 법원의 허가를 얻어 집행되지만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전기통신사업자의 재량판단에 의하여 임의로 이행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위 질의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하여 수사기관이 실질적으로 아무런 제한 없이 이용자 인적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통신비밀보호법이 허용하는 소위 기지국 수사(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관련자들의 통화내역을 모두 추적할 수 있음)가 자유권 규약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들을 품고 있다. 특히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전기통신사업자 스스로 침해되는 법익 상호간의 이익형량을 하여 수사기관에게 이용자 인적정보를 제공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므로, 형사소송법상의 임의수사에 근거한다는 점 이외에는 특별한 사법적 통제수단이 없다. 정부는 통신자료 제공요청 제도가 필요성, 비례성, 합목적성 원칙을 갖추었기 때문에 규약 제17조 위반이 아니라고 답변하였지만 법문의 내용, 실제 운영 사례를 비추어 볼 때 과연 그렇게 단정적으로 볼 수 있는지 아쉬움이 든다. 국제사회가 이번 심의에서 우리의 정보제공 제도를 어떻게 바라볼지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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