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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적 고찰

전응준 변호사(법무법인 유미)

특허권 사건은 대체로 기술적인 내용을 주요 쟁점으로 다루고 있어서 기술과 법률이 직교하는 매우 건조한 방향으로 재판이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특이하게 사후적 고찰의 오류(hindsight bias)라는 심리학 용어가 법리에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사후적 고찰이란 이미 발생한 과거의 사실에 대하여 그 사실이 발생하기 전에 예측하는 것보다 발생 후에 더 예측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인지적 경향을 말한다. 이에 의하여 사람들은 실제 사건 발생 후 전지적 관점에서 그러한 사건발생이 사실 당연하였다는 식의 사후적 논평을 하게 된다.

특허발명은 출원 당시 시점에서 신규성과 진보성을 구비하여야 하는데, 진보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심사관이나 법관은 과거로 돌아가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을 가진 통상의 기술자의 관점에서 진보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적 고찰에 의하여 해당 발명과 관련 선행기술을 모두 알게 된 현재 시점에서 진보성 여부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이에 대하여 판례는 진보성 판단에서 사후적 고찰의 오류에 빠지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인지구조에서 아는 것을 모르는 것으로 하고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심리학에서는 사후적 고찰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다만 감소할 수 있을 뿐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사후적 고찰의 원인으로는 아래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을 지적으로 보기를 원하기 때문에 결과를 예견하는 능력을 과장한다. 특히 자의식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지각능력, 통제능력을 크게 생각한다. 둘째, 사건의 결과가 알려지면 사람들은 그 결과에 부합하는 요인들에만 초점을 맞추어 원인을 분석하는 확증적 인과 사고를 하게 된다. 이에 의하여 결과에 부합하지 않는 요인들은 자연스럽게 사고에서 배제된다. 셋째, 사람의 정서 자체가 세상을 안정적이고 예견 가능한 것으로 보는 것과 부합한다. 사람들은 결과를 알게 되면 발생한 결과를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하는 방법에 의하여 세상에 대하여 가졌던 믿음을 변경한다.

사람들은 왜 이러한 사후적 고찰을 하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이러한 사고체계도 사회적 진화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위 당시의 시점이 아닌 현재 시점에서 판단하는 것도 개체와 사회의 존속에서 유용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독약을 잘 쓰면 양약이 되는 것처럼 사후적 고찰에서도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