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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양형, 법관의 양형

성수제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법관은 형사재판을 통하여 인정된 양형사정을 기초로 피고인에게 선고될 구체적인 형벌을 정하면서 양형의 과정을 양형이유라는 형태로 판결문에 기재한다. 양형이유는 피고인을 비롯하여 국민들에게 유무죄 못지않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법관은 깊이 반성하고 있는 사정, 술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사정, 나이가 고령이라는 사정 등을 양형이유로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이러한 양형사정들은 일반적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과연 이 같은 양형사정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여야 하는 사정들인가?

이와 관련하여 일본에서 국민과 재판관을 상대로 흥미로운 조사를 한 것이 있다.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양형사정이 형을 가볍게 하는 사정이라는 인식이 국민은 56.8%(어떠한 영향도 없다는 비율이 35.2%), 법관은 93.3%(어떠한 영향도 없다는 비율이 6.7%)라고 한다.

또한 '음주 때문에 판단력이 저하되었다'는 양형사정에 대하여 국민의 36.5%가 형을 중하게 하는 방향으로, 재판관의 32.1%는 형을 가볍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즉 국민은 죄를 지은 피고인이 반성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러한 사정을 왜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으로 고려하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국민은 '음주 때문에 판단력이 저하되었다'는 양형사정을 오히려 형을 가중하는 요소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 이러한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국민의 의식과도 비슷할 것이다.

요즘 국민참여재판에서 국민들이 배심원으로서 양형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변호인은 과거 법관만을 상대로 유리한 양형사정으로 주장하였던 것을 과연 배심원에게도 그대로 주장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법관들도 양형이유를 기재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국민들의 양형정서도 감안해야 한다. 미국 메사추세츠주 대법관이었던 카플란(Kaplan)은 양형이유를 기재함으로써 판사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준다고 하였다. 법관은 자신의 생각이 모두 국민과 동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과연 국민들의 정서는 무엇인지에 대하여도 깊은 고민을 하고 그 표현을 양형이유로 기재함에 있어서도 더욱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