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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노트

무료자문과 유료자문의 경계를 분명히 하라

김재헌 변호사

변호사들은 '무료자문'을 많이 한다. 무료자문은 일종의 재능기부로서 봉사의 의미가 있고 인간관계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무료자문을 통해서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맺어 두면 나중에 사건이 생길 때 상대방이 사건을 맡길 가능성도 있고 사건을 소개받을 수도 있다. 나는 무료자문을 할 수 있는 것은 변호사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회가 되는 한 무료자문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동료변호사로부터 무료자문을 많이 받고 있기도 하다. 무료자문을 어떤 상황에서 그리고 어느 범위에서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이것은 각 변호사의 판단 영역이다. 다만 무료자문을 잘 다루지 않으면 변호사가 손해를 입거나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무료자문의 유익은 더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아래에서는 무료자문의 부정적인 요소를 강조해 보고 싶다.

첫째, 무료자문을 받는 사람은 고객이 되기 어렵다. 무료자문을 자주 요청하는 사람은 막상 사건이 생겨서 변호사를 수임하여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평소에 상담을 해 오던 변호사를 선뜻 선임하지 못한다. 그 동안 무료로 자문을 받아 왔는데 막상 변호사보수를 지급하려고 하니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무료로 또는 아주 저렴하게 계속 자문을 받고 싶어 하게 된다.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는 사람이 돈을 내고 프로그램을 사려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비슷하다. 유료자문이 필요한 경우에 무료자문을 해 주던 변호사를 찾지 않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경험해 보니 별로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무료자문의 경우 좋은 취지로 시작한 것이지만 부실하게 자문을 해 주게 되면 이미지만 나빠질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료자문을 하기로 결정하였다면 유료자문을 하듯이 정성스럽게 처리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좋은 이미지를 유지할 수가 있다. 좋은 이미지가 유지되면 그 사람이 고객이 되지는 않더라도 다른 고객을 소개해 줄 수 있게 된다.

둘째, 무료자문 업무는 변호사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 있지 않다. 변호사업무를 함에 있어서 고객의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변호사업무는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과 협력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변호사 혼자서 열심히 일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변호사를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데 무료자문의 경우 변호사에 대한 신뢰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큰 돈이든 작은 돈이든 변호사보수를 지급한다는 것은 고객이 해당 사건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것이고 변호사를 믿고 같이 가겠다는 적극적인 의사표시이다. 이런 신뢰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반면 무료자문을 원한다는 것은 변호사의 도움이 절실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사람들은 변호사의 업무를 열정적으로 도와주지도 않는다. '변호사가 잘 하면 좋고 잘 못하면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무료자문을 원하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 돈이 없어서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다.' '이 사건이 잘 될 지 안 될지 모른다.' '변호사 보수를 지급하려니 아깝다.'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밑져야 본전인 마음으로 무료로 자문을 해 주는 변호사를 찾는 것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나중에 자금의 여유가 생기게 되면 자신의 기준에 맞는 유능한 변호사를 찾아 갈 것이다. 무료 자문을 해주는 변호사에 대한 신뢰는 딱 여기까지이다. 무료자문의 경우 상대방이 말은 하지 않지만 "나는 당신에게 보수를 지급할 만큼의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을 수 있다.

셋째, 무료자문을 통해서는 변호사의 실력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무료자문을 해 보면 상대방이 대체로 고마워한다.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고 보람도 있다. 그런데 이 칭찬은 변호사가 뛰어나게 일을 잘 해서 하는 칭찬이 아니다. 만약 유료였다면 고객의 질타를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료이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았지만 성심성의껏 도와줘서 고맙다'는 정도의 의미가 담긴 칭찬이다. 무료자문을 하는 경우 변호사는 자유롭다. 책임을 질 만한 의견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자유로우니 편안하게 자문을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가 실력이 느는 것은 긴장하면서 자신의 명예를 걸고 일을 할 때이다. 잘 못하면 고객의 비난을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일을 해야 집중할 수 있고 실력이 는다. 그런데 무료자문의 경우 이런 긴장감 없기 때문에 실력이 늘지 않고 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왕 무료자문을 하는 것이라면 더욱 긴장해서 자문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야 무료자문이 변호사에게도 도움이 되고 실력향상의 기회가 된다.


넷째, 무료자문은 고객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간단한 답이나 방향을 무료로 알려 주게 되면 상대방으로서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상쾌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데 분쟁이 생기기 시작하는 상황이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이런 가벼운 자문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정확한 해법이 필요하고 정확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법적 분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무료자문은 이런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부정확한 해법을 제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위험한 것이다. 나는 이런 경우 무료자문으로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유료로 자문을 받기를 강력하게 때로는 조심스럽게 권해 준다. 만약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자문을 중단하여야 한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의견을 주었다가 잘못되면 오히려 원망을 듣게 된다.

무료자문을 변호사가 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고 보람이 있는 일이다. 좋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므로 최선을 다해서 무료자문을 해 주되 무료자문의 경계를 넘는다는 생각이 들 때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무료로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더 이상은 무료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과의 관계가 깨지지 않으며, 변호사도 살고 상대방도 산다.



나의 제안: 무료자문과 유료자문의 경계를 분명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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