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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형벌효과분석에 관한 제언

김태우 부장검사 (법무부 형사법제과장)

외국의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폭행과 같은 우발적인 범죄에 대한 대책으로는 법정형을 높이는 방법이 효과적이지만, 마약과 같은 중독성 범죄에 대한 대책으로는 법정형을 높이는 방법이 특별한 효과가 없다고 한다. 또한, 뇌물죄와 같은 부패 범죄나 화이트칼라 범죄는 명예감정을 중시하는 범죄자들의 특성으로 인해 법정형을 높이는 방법보다 적발될 확률을 높이는 절차법적인 제도 개선이 더욱 큰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한편, 외국에서는 교정인구의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사면이나 징역 6월 이하와 같은 단기 자유형의 선고를 제한하는 방법 또는 입법적으로 법정형 자체를 줄이는 방법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교정인구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정형 자체에 대한 합리적인 설정이 중요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독일, 프랑스와 같은 나라에서는 이 같은 연구들이 통상 형벌효과분석이라는 이름으로 형사법 관련 입법에 있어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의미를 가져왔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연구결과는 적어도 20년 내지 30년에 걸친 장기간의 국가 지원 아래 그 결실이 맺어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입법은 기존의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그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 제정 또는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진지하고도 체계적인 분석을 거쳐 이루어져야 하고, 학계는 그 분석도구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법학자들이 이같이 장기간에 걸쳐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풍토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과학분야만이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형벌효과분석과 같은 법학분야의 연구 역시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고, 그에 대한 지원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왜 매년 수편의 논문을 작성해야 훌륭한 학자라고 평가하는 것일까? 수십 년에 걸쳐 작성된 한 편의 훌륭한 논문이 우리사회를 더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