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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와 동료변호사를 고객이라고 생각하라

김재헌 변호사

# 1 박 변호사는 자신의 고객으로부터 형사사건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자기가 처리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이 고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잘 처리해 줄 변호사를 찾기로 하였다. 마침, 같은 로펌에서 근무한 적이 있던 송 변호사가 생각이 났다. 송 변호사라면 고객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객에게 송변호사를 소개하였다. 박 변호사가 송 변호사를 소개하기로 하면서 염두에 둔 것이 하나 더 있다. 송 변호사가 일처리를 잘 하면 소개해 준 자기도 칭찬을 받게 되지만 송 변호사가 일처리를 잘 못하는 경우에는 박 변호사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도와주고 욕먹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박 변호사는 송 변호사에게 최선을 다해서 잘 처리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 2 홍 변호사는 친척으로부터 믿을 만한 변호사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홍 변호사는 친구인 박 변호사를 소개해 주었다. 친구니까 잘 처리하리라 믿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서 박 변호사가 성실하게 일을 하지 않아서 사건을 망쳐버렸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홍 변호사가 상황을 확인해 보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홍 변호사는 박 변호사가 친구이지만 다시는 사건을 소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을 하였다. 그리고 만약 친척이 아닌 다른 지인의 사건이었다면 그 지인과 자신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며 큰 말썽 없이 넘어가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 3 대기업 법무팀 소속인 장 변호사는 많은 변호사들을 상대한다. 장 변호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소송사건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변호사들이 장 변호사로부터 사건을 유치하기 위해서 경쟁한다. 장 변호사는 변호사 선임을 위한 원칙을 나름대로 정해두고, 그 원칙에 따라서 사건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로펌이나 변호사를 선정해 왔다. 그런데 한번은 장 변호사의 조직 내에서의 입지를 흔들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사건이 생겼다. 이 사건이 잘 못되면 장 변호사가 회사를 그만 둘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사건은 반드시 잘 처리되어야만 했다. 일처리를 확실하게 해 줄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장 변호사는 옛 동료이던 박 변호사가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박 변호사에게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였다.

변호사로서 일하다 보면 동료나 선배가 사건 수임의 중요한 통로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젊은 변호사들은 선배나 동료를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선배는 나를 괴롭히는 부담스러운 존재이거나, 아니면 나를 지도해 주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동료는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만 가지고 있으면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일 처리를 하기 어렵게 된다. 이에 비해 선배나 동료를 고객으로 생각하면서 일을 하는 변호사는 그렇지 않은 변호사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고 더 성실히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세월이 지나면 그 내공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같이 일하는 선배 또는 동료변호사로부터 신뢰를 받게 되면 이것은 변호사에는 큰 자산이 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떤 변호사가 선배변호사로부터 일을 잘 한다고 평가를 받으면 선배들이 그 후배와 일을 같이 하고 싶어 한다. 일을 맡기는 선배 입장에서는 당연히 일을 잘하는 사람과 일을 같이 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유능한 변호사에게는 일이 몰리기 마련이다. 일을 많이 하면 실력이 는다. 실력이 늘면 업무영역이 넓어지고 더 중요한 일들을 하게 된다. 그런데, 선배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선배들이 일을 같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이 넘쳐 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후배들의 실력과 관계없이 일을 맡기겠지만, 일이 많지 않을 때에는 당연히 일 잘하는 믿을 만한 후배들에게 일을 맡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이 없는 후배는 일을 배우지 못하고, 점차적으로 경쟁에서 밀려 나게 된다. 이렇게 보면 일을 배워야 하는 후배변호사들에게 선배변호사는 다른 어떤 고객보다도 중요한 고객인 셈이다. 고객 확보를 위해서 고민을 하기도 해야 하지만 선배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신경을 더 쓰는 것이 유익하다.

둘째, 선배변호사로부터 신뢰를 받는다는 것은 외부의 어떤 까다로운 고객에게도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과 같은 가까운 공동체로부터 신뢰를 받는 사람은 밖에서도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밖에서 사람에게 신뢰를 받는 사람이 반드시 가족과 같은 친밀한 공동체에서 신뢰를 받는 것은 아니다. 관계가 멀수록 신뢰를 주고받기가 비교적 쉽다. 서로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까운 사람의 신뢰를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같은 로펌에서 근무하는 선배와 후배는 가족처럼 가까운 관계다. 선배는 후배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알고 있다. 후배의 모습은 감추어지지 않고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적나라하게 선배에게 노출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선배의 신뢰를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신뢰를 받는다면, 어느 누구에게나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즉, 높은 수준의 신뢰를 쌓는 훈련을 선배를 통해서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밖의 고객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 고객인 선배 변호사의 칭찬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선배나 동료변호사들의 신뢰를 받으면, 서로 다른 로펌이나 다른 조직에서 일을 하게 되었을 때 그들이 고객으로 돌아온다. 특히 동료변호사들은 선배의 야단을 같이 들으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서로의 사정을 잘 안다. 인간적인 정도 있다. 세월이 흐르면 변호사들이 다양한 진로를 택하게 된다. 사내변호사가 되면 믿고 맡길 만한 변호사를 찾을 때 같이 일을 했던 동료변호사가 떠오를 것이다. 다른 로펌으로 간 변호사도 마찬 가지로 믿고 맡길 만한 변호사가 필요할 때 같이 일 했던 변호사가 떠오를 것이다. 같이 일을 했던 동료변호사가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면 그에게 일을 맡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선배나 동료변호사로부터 소개받은 사건의 경우는 신뢰가 이중으로 쌓여 있는 셈이다. 고객의 신뢰와 동료 변호사의 신뢰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이런 경로로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 일 처리가 훨씬 효율적이고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다.



나의 제안 : 선배와 동료변호사를 고객이라고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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