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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스마트

기억할 의무

전응준 변호사 (유미 법무법인)

유럽사법재판소가 2014년 5월 이른바 '잊혀질 권리'에 관해 판결한 이후, 검색엔진서비스제공자인 구글은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정보주체의 검색배제요청 즉 URL 삭제 요청의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111만여 건의 URL 삭제 요청이 있었으며 그 중 41.6% 정도가 삭제되고 58.4%가 삭제되지 않았다고 한다.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은 명예훼손과 같은 불법적인 정보에 대하여 링크삭제를 명한 것이 아니라 부정확하고(inadequate), 무관하고(irrelevant), 더 이상 관련이 없거나 과도한(no longer relevant or excessive) 게시글에 대하여 검색결과의 배제를 명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적법한 정보이지만 본인 입장에서는 마음이 불편하고 유쾌하지 못한 사실관계를 남들이 검색엔진에 의하여 쉽게 알아내지 못하도록 검색결과링크를 삭제하라고 요청하는 것인데, 보고서에서 밝힌 삭제요청 기각률을 보면 구글은 나름대로 원칙을 정해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의 균형점을 찾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적법과 불법의 판단도 어려운데 그보다 모호하다고 할 수 있는 부정확, 부적절, 과도함의 판단기준을 민간사업자의 자기책임 하에서 설정하라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생긴다. 혹시 이러한 판단의 어려움, 비용 등의 이유를 들어 쉽게 검색결과를 삭제하려는 유혹을 느낄지 저어된다. 또한 위 보고서는 매우 흥미로운 통계를 제시하고 있는데, URL이 가장 많이 삭제된 사이트가 바로 페이스북이라는 것이다(8870건). 검색결과링크가 삭제되면 결국 원문 사이트로 접속하는 트래픽이 감소할 것이므로 URL삭제는 경쟁업체 방해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통계에 따르면 구글의 서비스인 유튜브, 구글플러스, 구글그룹스에 대하여도 상당한 비율의 URL삭제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비판이 한낱 기우에 그치기를 희망한다. 한편, 이러한 불편정보의 원산지라고 할 수 있는 언론사에서도 위 판결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다. 영국 BBC는 검색결과링크가 삭제된 원본 신문기사를 자사 블로그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게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조치는 위 판결의 취지를 형해화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역사의 기록자, 기억할 의무가 있는 자로서 언론사의 책임에 따른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이 조작된 기억으로 점철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억할 의무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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