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시니어 노트

믿어달라고 요구하지 말고 믿게 만들어라

김재헌 변호사

연차가 어린 후배 변호사들과 같이 일을 해보면 재미있는 경우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후배들이 나에게 시위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이다. 후배들에게 리서치를 부탁했는데 결과물인 리서치메모를 가져 오면서 리서치의 근거자료를 첨부하지 않았을 때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젊은 변호사들의 리서치메모들을 검토해 보면 열심히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메모에는 의견을 뒷받침하는 판례도 인용되어 있고, 주석서도 언급되어 있었다. 여전히 수정이 필요하지만 비교적 잘 작성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가끔씩 후배들이 판례전문을 확인하지 않고 판결요지만 대충 읽고 판례의 취지를 정반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중요한 사실관계를 오해하여 엉뚱한 결론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알기 때문에 선배변호사들은 후배들의 리서치메모의 내용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 검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리서치메모를 가져오면서 근거가 되는 자료를 메모에 첨부하지 않을 때 선배로서는 당황하게 된다. 선배가 검증을 하기 위해서 일일이 판례와 주석서를 다시 찾아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의 경우 이런 리서치메모를 받아 보면 그 후배가 나에게 '믿어 달라'고 시위하는 것 같아 혼자 미소를 짓게 된다. 그래서 내가 늘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믿어달라고 시위하지 마세요. 믿게 해주세요. 그러려면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가지고 와주세요."

젊은 변호사는 자기가 배운 법률지식과 경험을 이야기하면 그 말을 선배변호사나 고객이 신뢰하고 믿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젊은 변호사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고객은 변호사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객들은 변호사가 자기가 원하는 답을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변호사가 연구를 해야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고객은 변호사가 과장을 섞어서 말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고객은 인터넷 검색 등을 활용하면 자기가 변호사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고객이 변호사의 말은 액면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닌 것이다. 고객이 변호사를 믿지 않는데 왜 변호사 보수를 주는 것일까? 고객이 변호사보수를 주는 이유는 변호사가 객관적으로 타당하고 설득력 있는 의견을 찾아서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호사의 객관적 의견을 바탕으로 해법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주관적인 의견을 듣고자 변호사보수를 주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변호사는 말을 할 때에도 "△△△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를 말하기보다 "OOO자료에 의하면 △△△라고 평가가 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내 의견을 믿지 않아도 되는데 내 의견을 뒷받침해 주는 자료들이 있으니까 참고해 달라'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즉각적인 답을 하기보다는 "검토해 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둘째, 고객으로서는 변호사의 말을 믿고 싶어도 믿을 수도 없다. 변호사는 고객의 중요한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서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회사의 운명이 걸린 소송을 수행하기도 한다. 비단 이렇게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변호사가 하는 일은 대체적으로 고객에게 중요한 일이다. 변호사에게는 여러 사건 중 하나일 수 있지만 고객에게는 유일하거나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더구나 복잡한 사건에서는 다양한 법적 쟁점이 있기 때문에 변호사가 모든 쟁점을 다 알 수 없다. 설사 다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주 바뀌는 법령 정보를 변호사가 계속 확인해야 하는데 변호사가 이런 확인 작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고객은 이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즉 고객은 변호사가 완전하지도 않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변호사의 말만 믿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고객들은 변호사의 의견을 받으면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고 분석한다. 그 의견이 맞는지 틀리는지 그 의견이 타당한 해법이 되는지 등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결국 변호사가 고객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과 이 자료에 근거한 객관적 의견을 제시하여 고객이 참고하도록 돕는 것이다.

셋째, 변호사로서도 고객에게 믿어달라고 요구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변호사의 의견을 믿고 고객이 의사결정을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그 일이 잘못되었거나 변호사의 의견이 틀렸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을 때 그 책임을 변호사가 감당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변호사의 입장에서도 고객에게 나를 믿어달라고 요구하기 어렵다. 믿어달라고 하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한번은 상대 회사측과 계약 협상을 진행하는 자리에서 후배변호사가 어떤 법률적 쟁점에 대해서 너무나 자신 있게 의견을 표시하였다. 그 의견에 따라서 의사결정을 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 후배변호사는 당황해 하였다. 당황해 하면서 정확한 것은 좀 더 검토를 해 봐야 되겠다고 웃으면서 입장을 바꾸었다. 의견을 말하기는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질 만큼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경력이 쌓이게 되면서 변호사들은 위와 같은 내용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것을 조심하게 된다. 말할 때에 객관적인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문서를 작성할 때도 그 의견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첨부하게 된다. 믿어달라고 하지 않는다. 믿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고객이나 선배변호사가 믿어 주지 않으니 후배 변호사는 할 일이 많아진다. 이런 점에서 변호사업무는 손이 많이 가는 직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젊은 변호사는 자신의 견해를 자신 있게 표명하지만 선배들이나 고객은 그 견해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을 명심하고 있어야 어떻게 하면 고객을 확신시킬 수 있을까라는 것을 고민하고 된다. 고민을 하고 연구를 하다 보면 그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훈련을 하게 되면 어느 순간, 믿어달라고 요구하지 않아도 고객이 자기를 믿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의 제안 : 고객이 믿을 수 있도록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습관화하라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