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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행 통신 감청법 제도와 절차

이종연 미국변호사(전 미연방 법무 및 국방부 변호사)

최근 드러난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 정치권이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전쟁이나 테러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안보와 국민 개개인의 인권 보호는 양면의 칼이 될 수 있다. 특히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냉철하게 이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국은 2001년 9월 11일에 미국 본토에 대한 전쟁과 같은 테러 공격을 받은 후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하여 소위 '애국자법'(Patroit Act, 미연방공법 107-56, 18 USC 2712)을 긴급히 통과시켰다. 특히 이 법 제215조는 테러와 상관없는 개인의 전화 통화나, 전자통신기록 등을 광범위하게 국가 안보기관(National Security Agency-NSA )이나 기타 연방정보, 수사 기관들이 수집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였다. 이 법은 정부기관 대신 통신회사들이 관련 자료들을 5년간 보관하고, 필요하면 NSA가 법원의 영장을 받아 필요한 자료를 획득하게 했다.

그러나 애국자법은 한시법이었다. 즉 미국 국회가 다시 애국자 법을 연장하지 않는 한 금년 5월말에 소멸되도록 돼있었다. 이에 미국 국회는 애국자법을 연장하지 아니하고 2015년 6월 2일에 소위 '미국 자유법'(USA Freedom Act, 본 명칭은 Uniting and Strengthening America by Fulfilling Rights and Ensuring Affective Discipline over Monitoring Act, Public Law 114-23)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애국자법 제215조와 같은 광대한 미국시민에 대한 정보나 수사기관의 통신기록의 수집을 못하도록 했고, 테러나 간첩(espionage)수사에 필요한 통신자료만을 통신기관이 5년간 보관하도록 했다. NSA나 기타 수사기관이 통신 기록을 확보하려면 법원의 영장을 받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미국 자유법은 애국자법 제 215조를 수정하여 계승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애국자법이 규정한 외국과 관계없는 자생적 테러(lone wolf)나 수시로 통신번호를 바꾸는 테러 용의자를 감청하는 권한은 그대로 유지하였다.

외국 정보에 대한 감청 및 수사는 미국 자유법 이외에 주로 1978년에 제정한 외국정보감시법(Foreign Intelligence Serveillance Act이고, 정식명칭은 An Act to Authorize Electronic Surveillance to Obtain Foreign Intelligence Information이고, 약칭은 FISA이다. 연방공법 95-1783)에 따른다. 이 법은 외국이나 외국의 대리인(Agents) 간의 정보 통신, 기타 통신을 수집하는 합법 절차를 규정한 것이다. 외국을 위하는 간첩이나 테러용의자는 미국인일 수도 있다. 만약 미국인이 연관된 일이 발견되었을 경우에는 감청이 가능하나 감청이 시작된 후 72시간 내에 법원의 영장을 획득하여야한다.

이 법의 기원은 닉슨 대통령이 국내 선거용으로 내국인의 전신 통화를 감청한 불법적 관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 내에서 개인이나 단체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정부기관의 통신의 감청을 제한 및 금지하면서도, 국가 안보를 위하여 감청을 허용하는 법적절차를 제정한 것이다.

이 법은 두 가지 감청을 허용한다. 하나는 법원의 영장 없이 감청하는 경우이다. 미국민이 통신에 관여 됐을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외국이나 외국 기관의 '외국 정보'를 1년간 법무장관을 통하여 대통령이 감청을 허가한다. '외국정보'라 함은 미국을 침범 하거나 사보타주(sabotage), 테러 등의 공격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말한다.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이 영장 없는 감청을 대통령이 15일간 추가로 허가할 수 있다.

둘째는 법원의 영장이 필요한 경우다. 정부는 법원에 용의자를 기소하려면 법원의 영장에 의하여 획득한 증거물이 필요하다. 이 영장은 90일에서 1년까지 유효하다. 이 법은 정보활동의 비밀을 유지하고 효율적인 영장 제도를 가능하도록 하기 위하여 외국정보 영장담당 법원(Foreign Intelligence Court)을 설치하였다.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11명의 판사가 7년간 임기로 재직한다. 재판은 검사 측만이 출정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을 심의한다. 재판은 비밀리에 진행되며 영장판결문도 공개하지 아니한다. 1심 결정에 불복해 항고심 재판부에 항고할 수 있다. 또 항고심 결정에 대하여 대법원에 상고(a writ of certiorari에 의거) 할 수 있다.

미국은 외국세력의 미국 안보에 관한 정보활동에서 미국을 보호하는 한편, 국민과 개인들의 자유도 동시에 보호하는 합법적인 절차를 이 법에 의하여 실천하고 있다.

상기와 같은 미국의 통신감청법과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감청에 관한 법을 입법하는데 참고가 되길 필자는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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