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시니어 노트

말을 적게 하고, 말할 때는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라

김재헌 변호사

변호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은 무엇일까? 'OOO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조건하에서는', 'OO라고 가정하면', '다만', '원칙적으로'등이다. 변호사들의 이런 언어사용을 일반인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복잡하고 딱딱하며 명확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변호사들은 왜 이런 단어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일까?

변호사로서 일을 하다 보면 변론이나 협상과정에서 자신의 견해나 주장이 공격을 당하고 비판을 받게 된다. 자신의 견해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 발견이 되어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변호사의 의견을 따랐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고객으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하기도 한다. 변호사들은 이런 과정을 무수하게 거치면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해가게 된다. 동시에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 나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이라는 것은 결국 사실과 의견을 가능한 한 정확한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부정확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해서 상대방으로부터 굳이 공격을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변호사가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서 공허한 말을 해서도 안 된다.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필요한 말을 해야 하고 그 말은 진실하고 정확해야 한다. 아무튼 변호사는 이런 훈련과정을 통해서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이 정리된 생각은 자연스럽게 언어에 반영이 되어 변호사들만의 독특한 언어가 생겨나게 된다.

그런데 젊은 변호사들은 아직 이런 변호사들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이들이 말을 할 때에는 사실과 의견을 혼동하는 등 언어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것은 정보가 많이 있지만 머릿속에서 그 정보들이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젊은 변호사들이 정보나 의견의 정확성에 대해서 공격이나 비판을 별로 받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의 공격이나 비판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수정해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 본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공격과 비판으로 충분히 단련된 강 변호사의 언어를 한번 들여다보자. "승소가능성이 얼마나 됩니까?"라고 고객이 질문하였다. 박 변호사는 "60%인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강변호사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으나, 현재까지 제공된 자료만을 근거로 해서 볼 때 60% 정도일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라고 말한다. 이번엔 "OO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가?"라고 질문하였다. 박변호사는 "검토해 보았더니 법적으로 문제가 별로 없습니다"고 말하고 강변호사는 "주어진 자료를 가지고 판단할 때, 그리고 해당 법적 쟁점에 국한해서 생각해 볼 때, 앞으로 법령의 변동 등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 시점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장황하게 말한다. 위 두 경우에 박변호사의 말은 쉽게 와 닿지만 신뢰하기 힘든 말이다. 왜냐하면 결론에 도달하게 된 과정이 많이 생략되어 있어서 결론을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강 변호사의 말은 복잡해 보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정확한 말이기 때문에 더 신뢰할 수 있는 말이다. 변호사로서의 경력이 쌓이면 강 변호사처럼 경우의 수들을 다 감안해서 보다 더 정확한 말을 하게 된다.


한편 후배 변호사들이 변호사의 언어를 습득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후배들에게서 두 가지 다른 특징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한쪽은 선배가 질문하면 자신 있게 대답을 하고 또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다른 쪽은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아는 것만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경력이 쌓이게 되면 이 두 가지 스타일이 한 방향으로 수렴이 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실력에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선배들이 볼 때 말을 적게 하는 스타일의 변호사가 좀 더 빨리 성장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후배변호사들은 정보를 정리할 수 있는 역량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 그러므로 선배들은 어떤 쟁점에 대해서 후배들과 논의를 할 때 후배들이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실제로 잘 모르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그런데 어떤 후배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 장황하게 설명을 덧붙인다고 해 보자. 그러면 선배로서는 불안해진다. 모른다는 인식이 있어야 알기 위해서 리서치를 하게 된다. 그런데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굳이 리서치를 시작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으면 그 틀을 쉽게 깨기가 어렵다. 그래서 선배로부터 지적을 많이 받게 된다.

반면에 말을 많이 하지 않는 변호사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비교적 잘 구분되어 있다. 아는 것이 많지 않으니 할 말이 별로 없는 것이다. 회의 중 검토해야 할 쟁점이 생겨서 의견을 물어보면 모른다고 말하면서 당황해한다. 그리고 조사를 좀 더 해 보겠다고 말을 한다. 이런 스타일의 변호사에게는 모른다는 것을 선배가 굳이 각인시켜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이런 변호사는 같이 일하기가 편한 변호사이다. 이런 변호사는 잘 모르니까 알 때까지 열심히 리서치를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스타일의 후배들은 스스로 어려움을 자처하는 셈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했으니 모른 채로 있을 수 없다. 리서치를 하기는 해야 하는데 리서치에는 끝이 없어 보인다. 거북이처럼 느린 것같이 느껴지고 좌절도 클 것이다. 그러나 노력을 많이 하는 만큼 성장도 빠르다.

결국 변호사는 말을 많이 하기 보다는 정확한 말을 가려서 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군더더기가 없는 무색투명한 말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격을 이겨낸다. 그리고 모르는 것과 아는 것, 더 조사를 해 봐야 하는 것, 지금 현재까지 내가 알고 있는 것 등등에 대하여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화를 하거나 회의를 할 때 이것을 가려서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만약 지금 일반인들이 대화하기를 불편해하고 주제가 딱딱하다고 불평한다면 축하할 일이다. 그것은 변호사의 언어를 습득한 것이라는 중요한 증거이다.


나의 제안 : 말을 많이 하려고 하지 말라 그리고 말할 때는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라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