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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 사회

김경환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대표)

라틴어 접두사인 '포스트(post)'는 한 단어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 이 단어를 '이후'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초월'의 의미로 쓸 때도 있으며, '반대(anti)'의 의미로 쓰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용어인 '포스트모더니즘'도 우리말로 번역하는 대신 그 자체로 사용하는 게 통상적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로 사용하든 '포스트'를 붙일 때에는, 기존의 그 무엇에 대한 위기감과 그 무엇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포스트 무엇'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및 불안감이 내재돼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언제부터인가 하이픈(-)을 빼고 하나의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한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는 단어에도 휴먼에 대한 위기감, 포스트휴먼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이 서려 있다. 포스트휴먼이란 인간의 정신적,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로서, 사이보그, 로봇, 개량인간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며, 포스트휴먼 사회는 휴먼과 포스트휴먼이 공존하는 사회이다.

포스트휴먼 사회는 언제 도래할까.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을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으로 예상하면서, 이때가 되면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초월하게 됨으로써 기술발전의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것이라고 보았다. 이 시기와 맞물려 또는 이미 그 전부터 포스트휴먼 사회는 도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포스트휴먼 사회의 핵심문제는 인간과 포스트휴먼의 관계이다. 평등한 공존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지배-피지배 관계이어야 하는지 고민을 해 보아야 한다. 개념적으로 이미 포스트휴먼은 인간보다 뛰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이 포스트휴먼을 지배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문제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포스트휴먼 사회가 도래해도 인간은 여전히 살아가야 하고 인간의 존엄성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열위에 있는 인간이 어떻게 주체성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철학적 모색부터 법적 구상까지 해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