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시니어 노트

변호사의 생존무기인 글쓰기 능력을 향상 시켜라

김재헌 변호사

#1. 3년차인 신변호사는 판례와 자료를 열심히 검토하고 증거서류도 분석하여 변론의 방향을 잡아 보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준비서면을 작성하였다. 열심히 했기 때문에 신변호사는 자신의 준비서면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을 가졌다. 그런데 신변호사의 준비서면을 읽어 본 선배인 박변호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신변호사의 글을 읽으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문장과 문장이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지 않고 억지로 어색하게 짜 맞추어 놓은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쟁점이 많이 있는데 이 쟁점들을 신변호사가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인상도 주지 않습니다. 무언가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는 한데 논리적으로 모순도 있고, 문서의 형식도 어색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

#2. 25년차인 박변호사는 고객의 요청으로 의견서를 작성하여 주었는데 고객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박변호사님의 의견서를 읽으니 긴 글이지만 놀랍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에 읽혀지고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복잡한 내용이라서 여러 가지 설명을 다른 분들로부터 들었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마음이 불편하였는데 박변호사님께서 저의 고민을 풀어주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변호사는 문서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글을 잘 쓰는 것이 말을 잘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소설가처럼 예술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와 지식을 독자인 판사, 검사, 공무원, 고객 등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는 것은 필수인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며 어떻게 글을 써야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변호사들이 평생 고민해야 할 주제가 된다. 사람마다 편차가 크겠지만 내가 관찰해 보니 변호사의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는 과정에는 다음과 같은 단계가 있는 것 같다.

첫째, 정보수집 단계이다. 1년차에서 3년차까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는 변호사들이 열심히 자료를 검토하여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들에게는 아직 정보들을 정리하거나 분석할 역량이 없다. 이들의 글은 대체적으로 구성이 엉성하고 논리도 명쾌하지 않다. 이들이 작성한 문서를 보면서 선배들은 휴지통에 던지고 싶은 충동에 자주 빠진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공감이 되는 단계이다. 그러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이 단계에서는 무조건 정보수집을 열심히 해야 한다.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 말이다.

둘째, 정리정돈 단계이다. 4년차에서 6년차까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전 단계인 정보수집단계에서 글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는 사건을 장악하지 못해서 머릿속에 생각과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리정돈단계에서는 정보들을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기고 머릿속에서 생각도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그림이 그려지듯이 생각이 정리가 되는 것이다.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이 단계에 있는 변호사들이 작성한 글은 큰 무리 없이 잘 읽혀지고 설득력도 있다.
셋째, 입체적 글쓰기 단계이다. 7년차부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단계는 보다 더 설득력 있는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 많은 공을 들이는 단계이다. 입체적이라고 하는 것은 복잡한 쟁점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고, 이것을 바탕으로 독자로 하여금 글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정돈단계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 있는 변호사들은 많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소송사건을 처리할 때도 판사의 입장에서 많은 고민을 해 보게 된다. 내가 쓴 30페이지, 50페이지의 준비서면을 읽어줄 만큼 판사가 한가한가? 왜 이 글을 판사가 읽어야 하는가? 이 글을 읽으면서 판사는 시간낭비라고 하면서 화를 내고 있지 않을까? 판사가 내 글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50페이지 대신에 3페이지짜리 준비서면을 제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내가 지금 사용한 단어가 나의 의도와 달리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는가? 이런 질문들을 끊임없이 하면서 어떻게 해야 독자가 내가 공들여 작성한 글을 편안하게 읽고 불편하지 않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 나가게 된다.


넷째, 글 단장 단계이다. 10년차가 넘어야 가능한 단계이다. 젊은 변호사들은 글의 내용과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벅차다. 그래서 글을 예쁘게 단장하는 것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고 할 수 있다. 10년차 정도가 되면 생각과 아이디어를 글로써 표현하는 것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내 글이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항상 찾게 된다. 그래서 화장하듯이 부지런히 글 단장을 한다. 그림도 넣어 보고, 글자 색도 칼라로 해보고, 폰트도 바꾸어 본다. 글자 크기도 줄였다 늘였다 해 본다. 어떻게 하면 한 두 줄 짧은 문장으로도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을까도 생각해 본다. 내용도 아름다운데 형식과 모양도 아름다우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글로써 독자를 감동시키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위와 같은 단계로 발전하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매 순간 열심히 변호사로서의 업무를 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다만 내가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머릿속에서 생각과 입장이 정리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라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생각과 입장이 정리가 되지 않으면 설득력이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 사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분명한 입장을 가지기 위해서는 종이 위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아이디어를 적어보기도 하고 도표나 그림으로 그려보기도 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건을 수행할 때마다 서류를 보고 또 보고, 정리하고 또 정리하는 수고를 계속 해야 한다. 글을 잘 쓰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런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어도 노력을 하면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나 역시도 아직 계속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


나의 제안 : 글로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도록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켜라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