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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전을 펴서 법령을 직접 검토하라

김재헌 변호사

법령을 검토하라? 법을 연구하고 검토하는 것이 변호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또 당연히 법령을 검토할 텐데, 왜 변호사에게 법령을 검토하라고 하는 것인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변호사들은 법령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다. 특히 젊은 변호사들은 그런 것 같다. 변호사들은 리서치를 할 때 책장에 꽂혀있는 교과서나 주석서를 먼저 꺼내어 본다. 법령을 직접 검토하고 고민하면서 답을 찾기보다는 교과서나 주석서를 통해서 기초적인 답을 신속하게 얻고자 하는 것이다. 내가 찾고자 하는 답을 다른 사람이 미리 검토하고서 교과서나 주석서로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교과서나 주석서를 먼저 꺼내 보면 리서치를 위한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변호사들이 법전을 들여다 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변호사에게 권장할 만한 좋은 습관은 아니다.

국내 회사인 M사는 외국회사인 C사를 위해서 공사를 수행하였는데 공사대금을 다 받지 못하였다. 3년차인 강 변호사는 M사를 대리하여 C사를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한국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C사는 전 세계를 순회하면서 공연을 하고 해당 공연시설을 운영하는 회사였는데, 국내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철수를 하였기 때문에 국내 사업장이 없어진 상태였다. 여러 가지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공시송달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을 하고, 강변호사는 공시송달신청을 하였고, 법원에서 그 신청을 받아들였다. 강 변호사는 상대방이 답변서를 기한 내에 제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변론판결선고가 있을 것이라고 선배인 박 변호사에게 이야기하였다. 박 변호사는 강 변호사의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였다. "공시송달이 되어 피고가 소장내용을 보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큰데, 이런 상황에서 피고에게 답변서 제출의무를 강제하고 무변론으로 판결을 선고하면 피고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요?" 강 변호사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서 박 변호사가 의문을 제기하자 강 변호사로서는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딱히 반박할 만한 근거도 제시할 수 없었다. 박 변호사는 강 변호사에게 법전을 가져와서 민사소송법을 같이 검토하자고 했다. 법전을 펴고 같이 읽어 내려가니 민사소송법 제256조 1항은 '피고가 원고의 청구를 다투는 경우에는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게 끝이 아니라 단서가 붙어 있었다. '다만, 피고가 공시송달의 방법에 따라 소장의 부본을 송달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공시송달이 된 경우에는 피고에게 답변서제출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답변서제출의무를 전제로 한 무변론판결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변론기일이 지정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교과서를 볼 때에는 이 부분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법전을 펴서 직접 조문을 살펴보니 제도의 취지가 명확하였다. 강변호사가 법전을 펴서 해당조문을 한번 검토했더라면 이런 오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법을 직접 검토하지 않고 교과서나 주석서에 의존하여 답을 찾으려고 하게 되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어렵고 법의 취지를 놓치게 되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이것만이 아니다. 이런 습관은 정확한 해법이나 창의적인 해법을 찾는 데도 방해가 된다.


주석서나 교과서는 어떤 법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법률을 설명하는 책이고 그의 견해가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다. 그의 견해 때문에 편견이 생기면 오히려 해법을 놓칠 수 있다. 그리고 주석서에 모든 쟁점에 대한 해설을 포함시킬 수도 없고, 또 주석서를 집필할 때 모든 쟁점을 다 고민하고서 주석서를 집필하는 것도 아니다. 쟁점이 독특하거나 어려울 때 교과서나 주석서는 침묵을 한다. 주석서나 교과서가 리서치에 중요한 자료이기는 하지만 이것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

예전에는 일반인들이 법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에 법에 대한 해석이나 답을 찾는 것이 변호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변호사를 존경하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요즘은 아닌 것 같다.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법에 대한 해석과 답을 찾을 수 있어서 변호사만큼이나 법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예전만큼 변호사를 존경하는 것 같지 않다. 또 얼마 전까지도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자나 공학도가 되지 않고 법률가가 되는 것은 국가로 봐서는 큰 낭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우수하지 않더라도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법률가로서의 업무를 감당할 수 있다고 이들은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져서 평균적인 상식만 가지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제 변호사의 주된 임무가 답을 찾는 것에서 복잡하고 해결하기 힘든 사안에서 창의적 해법을 찾아내는 것으로 점점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인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 변호사는 창의력을 발휘하여 해법을 찾아내야 하는데 주석서의 검토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해법을 찾으려고 하면 생각하는 것처럼 쉽게 해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주석서의 검토나 인터넷 검색으로 해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면 고객이 굳이 변호사를 찾으려고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변호사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려면 길지만,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본이라는 것은 주석서나 교과서의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법령을 직접 검토하는 것이다. 주석서에 기재되어 있는 법령의 조항을 보지 말고, 법전에 나와 있는 법령을 그 자체만 놓고서 고민을 하는 것이다. 주석서나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설명이나 견해를 잠시 접어두고 법령 자체를 음미하면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 보는 것이다. 그러면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 법령의 취지와 입법자의 의도가 보이고 법령의 구조가 이해가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창의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결국 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찾기를 원한다면 원전인 법령을 직접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제안 : 교과서를 보기 전에 먼저 법전을 펴서 법령 조문을 직접 검토하는 습관을 길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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