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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노트

눈 딱 감고 5년만 변호사 업무에 올인 해보라

김재헌 변호사

#1. 박 변호사는 매일 야근을 한다. 선배들은 시간이 없다며 리서치메모를 내일까지 달라고 한다. 내일은 법원에 가서 변론을 해야 할 사건이 있어서 변론준비를 해야 하는데 내일까지 리서치가 마쳐질지 모르겠다. 변호사업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3년 정도 해 보니 지친다. 선배들이 밉다. 계속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의문이 든다. 변호사를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2. 강 변호사는 변호사가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하였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근사한 곳에서 식사도 하면서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변호사가 된 후에는 주로 책상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별로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지 않다. 가끔 다른 동료들은 뉴스에 나는 중요한 일들을 한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때 부럽다는 생각을 해본다. 강 변호사는 선배 변호사로부터 일 처리를 잘하지 못한다고 야단을 듣고, 오늘도 책상 앞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무슨 큰 영화를 누리겠다고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밤도 새고 주말에도 일을 하는 것일까? 이렇게 일을 해도 되는 것인가? 일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데 말이다. 이렇게 힘들게 살려고 변호사가 되었단 말인가? 이것은 많은 젊은 변호사들의 고민이다. 나 역시 젊은 시절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힘들고 지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도 있다. 특히 경력이 많은 선배들이 밤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을 보고 나와 동료들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우리의 미래도 선배들처럼 저렇게 일만 하는 삶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나와 동료들은 좌절하기도 하였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20여 년이 흘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변호사 업무의 특성상 많은 시간을 업무에 투입하여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 같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언급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변호사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와 같다. 응급실에서는 수시로 응급환자가 들이닥친다. 응급환자이기 때문에, 적시에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호사의 경우도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신속한 대응을 하여야 하므로 업무시간이 정해지기 어렵다. 자문업무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수개월 동안 매일 밤늦게까지 고객들과 모여서 전략회의를 하고, 낮에는 전략을 실행하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소송업무의 경우도 기한이 정해지면, 기한 내에 증거를 수집하고 전략을 마련하느라고 정신없이 바쁜 경우들이 많다.
둘째, 변호사는 솔루션, 즉 해법을 찾아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솔루션을 찾는 작업은 창의적인 작업이다. 소송이든, 자문업무이든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늘 집중해서 그 쟁점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변호사의 머리는 쉬지 않는다. 그러다가 밤 11시가 되어 갑자기 아이디어가 생기면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서 자료들을 뒤적이게 된다. 꿈에서 아이디어가 생기면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그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검토하게 된다. 변호사로서 성장하려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셋째, 혼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9시부터 6시까지 업무시간을 정해 놓고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집단지성을 활용하기 위해서 여러 변호사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경우는 혼자서 일하는 것과 달리 스케줄을 나의 위주로 짤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과 대기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넷째, 특별히 젊은 변호사들이 바쁜 이유는 업무가 미숙하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면 일이 많아서 바쁘다기 보다는 업무처리 능력이 부족하니까 시간이 많이 든다고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선배들이 3시간이면 해결해 내는 일을 후배들은 며칠을 집중해서 일해도 해결을 못하기도 한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변호사가 이런 바쁜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아니다. 경력이 있는 변호사들의 일반적인 견해는 변호사가 '일을 집중적으로 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일할 때를 놓치면 그 다음부터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 힘이 들더라도 몸을 던져서 일을 하면 실력이 늘고 업무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며 동료와 고객들의 신뢰도 받게 되기 때문에, 이것을 바탕으로 그 후의 변호사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게 된다는 취지이다. 일을 해야 할 때 일을 하지 못하고 여유를 찾게 되면 실력이 제대로 생기지 않아, 일이 재미가 없어지고 그 후에도 변호사로서의 삶이 힘들어진다는 취지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몸을 던져서 일을 해야 하는 기간이 몇 년 정도일까?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5년 정도인 것 같다. 5년 정도 집중해서 일을 하면 그 후부터는 변호사업무에 자신감이 생기고 업무가 쉽게 느껴질 수 있는 단계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전까지는 자신감을 가지고 일 처리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변호사로서의 삶을 즐기지 못하면 변호사의 길은 고단하고 어렵다. 처음부터 변호사 일을 재미있어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다 힘이 든다. 그렇지만 일에 집중하다 보면 금방 몇 년이 지나고, 어느새 실력 있는 변호사로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일들이 재미있어진다. 신기하게도 경력이 쌓이게 되면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이 점점 늘어난다. 후배들이 볼 때 선배들이 일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선배들은 바쁜 가운데서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이 있어서 후배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여유로운 삶을 산다. 후배의 눈으로 볼 때 일만 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나의 경험도 그렇다. 경력이 쌓이니 많이 바쁘지 않다. 젊을 때 그토록 시간을 가지고 싶었는데, 나이가 들면 저절로 시간이 남아도는 것이다. 물론 모든 변호사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안다.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바쁜 분들도 계신다. 이런 분들은 일 자체를 즐기시는 분들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누가 말릴 수 있으랴!


나의 제안 : 눈 딱 감고 5년간 업무에 올인 해보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