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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노트

고객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보고를 잘 하라

김재헌변호사

변호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여야 할 것을 꼽으라면 첫째가 고객에 대한 보고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래 전에 내가 중동에서 생긴 무역클레임을 처리하기 위해서 중동의 변호사를 선임한 적이 있다. 업무상 연락을 하던 외국로펌을 통해서 소개받았는데 클레임 규모가 크지 않아서 현장에 가서 변호사와 미팅을 하기도 적절하지 않았다. 나는 그 중동 변호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팩스와 이 메일로 자료를 주고받는 관계였다. 나는 그의 얼굴도 모르고 그가 어디에 사는지도 몰랐다. 과연 그가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내가 검증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이런 그에게 나는 업무를 맡기게 된 것이다. 그가 일 처리를 잘하지 못해도, 심지어 일을 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당시에 내가 불안해 하였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아마도 내가 상황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물리적으로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고 문화가 다른 경우 고객과 변호사간의 신뢰문제가 극명하게 부각이 된다. 해외에 있는 고객이 나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해외에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하는 등 물리적으로 거리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일을 계속 하다 보니, 나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참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고객이 상황을 장악할 수 있도록 수시로 정확한 보고를 해 주는 것이 고객의 신뢰를 받는 길이고, 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내는데 핵심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보고할 것인가? 고객이 알아야 할 내용과 고객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잘 파악해서 이것들에 대한 보고를 하면 된다. 보고의 목표는 고객이 상황을 장악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고객이 상황을 장악을 하게 되면, 고객은 자기가 무엇을 하여야 할지를 알게 되고 변호사에게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해 주게 되는 것이다. 젊은 변호사들은 고객에게 보고하는 데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하거나, 실력이 있는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고객이 보았을 때는 보고를 잘 해주는 변호사가 더 좋은 변호사일 수 있다. 고객과 소통을 하면서 고객을 안심시켜 주는 변호사는 고객으로부터 정보와 아이디어를 계속 제공받을 수 있게 되고 이것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혼자서 열심히 일하는 변호사보다 고객과 긴밀하게 협력해서 일을 하는 변호사가 더 좋은 결과물을 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것을 고객은 잘 안다. 이렇게 고객과 열심히 소통을 하면서 일을 하면 결과가 좋지 않아도 고객은 변호사를 원망하지 않는다.


언제 보고할 것인가? 고객은 늘 궁금해 한다. 아침에도 밤에도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공휴일에도 고객은 궁금해 한다. 내가 의뢰한 일을 내 변호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일이 진행이 되었는지, 변호사가 바빠서 다른 일 때문에 내 일이 순위에서 밀리는 것은 아닌지 등등 궁금해 한다. 변론기일이 진행되었으면 변론기일에 어떤 것들이 이야기되었는지도 궁금해 한다. 변호사에게 전화를 하여 물어 본다. 그러면 변호사가 친절하게 경과를 알려 준다. 이메일로도 알려 준다. 고객은 변호사의 설명을 듣고 안심을 한다. 그런데 궁금할 때마다 고객이 변호사에게 먼저 전화를 하여 진행상황이나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는 것이 쉽지 않다. 변호사가 바쁠 텐데, 휴일에는 쉬고 있을 텐데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금요일 밤에 궁금한 사항이 생겨도 변호사의 입장을 생각해서 월요일까지 기다린다. 또는 변호사가 바빠 보이면 고객은 변호사가 먼저 연락해 줄 때까지 기다린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기다림을 고객은 불편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내가 궁금해 하기 전에 변호사가 자기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변호사가 일은 잘하는 것 같아 고맙기는 한데, 보고를 잘 해주지 않으니 상황이 장악 되지 않아서 왠지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음 기회에는 친절하게 보고를 잘 해주는 다른 변호사와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고객이 궁금해 하면서 변호사에게 먼저 연락하기 전에 보고를 하는 것이 좋다. 오전에 재판이 있었으면 오후에 상세한 보고를 하더라도, 재판을 마치자마자 문자나 전화로 진행상황을 보고해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있었던 일을 다음 날로 미루지 말고 가급적 당일에 보고를 해 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신속하게 보고를 하는 것이 습관화되면, 부득이하게 실수도 여과 없이 보고하게 된다. 그런데, 신속하게 실수도 보고함으로써 즉각적으로 그 실수를 만회하거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실수를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보고를 하지 않게 되면, 나중에 고객이 알게 되었을 때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보고할 것인가? 젊은 변호사들이 고객에게 보고를 할 때 구두로 보고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말은 적절한 보고 수단이 되기 어렵다. 말로 의사소통을 하면 고객이 이해하는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정확한 내용을 고객이 파악하지는 못한다. 고객이 겉으로는 예의상 알았다고 말하겠지만, 속으로는 불안해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구두로 보고를 하고 동시에 이메일이든 팩스든 문서로 보고를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문서로 보고를 하게 되면 변호사에게도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변호사는 여러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당시의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당시의 상황을 문서로 보고를 해 둔 것이 있으면 그 문서를 보면서 보고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문서로 보고한 내용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변호사로서는 보고를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평소의 업무처리도 신중하게 처리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의 제안 : 고객이 상황을 장악할 수 있도록 하라. 보고할 만한 일들이 있을 때
지체하지 말고 가급적 서면으로 보고하라.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