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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소문난 맛집

서래마을 '가문'


칼을 버리고 칼을 잡다! 그의 어머니는 의성김씨입니다. 그 어머니의 어머니는 풍양조씨이며 그 어머니의 어머니는 안동권씨입니다. 완고한 종가의 규범으로 성장한 어머니는 경주에 본을 둔 천년노씨 가문에 출가하여 늦은 나이에 막내 남자아이를 두게 됩니다. 극적인 인생을 걷던 그는 어머니의 간절함에 마침내 질풍노도의 검을 내려놓고 파란과 격정의 일본 생활을 뒤로 하고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손 때묻은 칼을 잡게 됩니다. 이제 그 남자의 맛있는 이야기가 가문에서 시작됩니다.

위의 이야기는 필자가 쓴 소설은 아니고, 서래마을(서울 서초구 반포동 90-10 베키아누보 서래마을점 2층)에 위치한 '가문'이라는 음식점 홈페이지(www.kamun.co.kr/)에 있는 가문이야기다. 가문에 들어서보면 부엌이 널찍한 공간 우측에 자리잡고 있고, 그 왼쪽에 홀, 그 오른쪽에 방이 있다. 가문의 부엌은 위의 이야기가 무색하지 않게 일식집을 연상케 하면서도 놋그릇이 놓여져 있는 퓨전식으로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창호지문, 와인 병, 우아한 색감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레코드 판, 사대부 옷장과 약장, 병풍 등과 어우러져 이색적인 미감을 준다. 또한 가문의 홀 공간은 테이블 사이가 넓고 조명이 아늑하며 적당히 시끄러워서 이야기를 나누기에 편안하다.


가문의 코스요리는 디너 A, B, C, 브런치 A, B로 구성되어 있고, 대부분의 요리는 단품으로도 판매하고 있다. 가문의 코스요리는 쌀죽과 동치미, 밀전병과 구절판과 배추 겉절이로 시작하여 입맛을 돋운다. 그 뒤로는 부추와 돼지고기를 볶은 부추잡채, 양파 위에 소 주물럭을 구워 얹은 사대부 진구이, 중국식 탕수육보다 바삭하게 튀긴 사대부 육강정이 나온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흑삼탕은 인삼, 대추, 호두, 잣, 밤, 해바라기 씨 등의 한방재료와 얇게 찢은 닭을 넣어 끓인 가문의 대표 건강미용식이라고 한다. 또한 우족, 꼬리, 사골 등을 넣어 푹 끓인 사대부 찜은 국물이 뽀얗고 콜라겐도 풍부하여 먹는 이에게 활력을 주고, 대를 이어온 발효장에 당면, 목이버섯 등을 넣어 칼칼하게 끓인 사대부 찜닭 또한 맛이 일품이다.

정찬으로는 헛제삿밥(간장을 소스로 하는 비빔밥), 곤드레밥, 따로국밥, 진묵밥, 건대구탕국, 골떡국, 알팥죽, 건진국수(해산물 육수로 끓인 매운 맛 국수), 옛날밀면(동치미 육수 냉면), 소바, 규돈, 카레가 있다. 후식으로는 따뜻한 건강차 구기자가 나오는데, 그 맛이 깊고 달고 쓰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발효장과 싱싱한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담백하고 정갈한 가문의 음식 맛은 북경에서 와 서빙하시는 박씨의 정성, 이 글을 쓰라고 하신 임광호 판사님을 포함한 우리 밥조, 피아니스트 이주현씨와 함께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지원 판사(연수원 34기, 사법시험 4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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