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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노트

내 일처럼 일하라

김재헌 변호사

# 1 이 변호사는 고객인 박 대표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사건에 대한 대응을 위해 미팅을 하였다. 박 대표를 만나보니, 이 사건과 관련해서 여러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것 같고, 의기소침해져 있어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이 변호사는 충분한 자문료를 받지는 못하였지만 박 대표가 다시 힘을 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새벽까지 서류를 검토하고 식사도 제때 못하면서 자료를 준비하여 박 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업무를 충실히 진행하였다.

# 2 홍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대기업의 부사장까지 역임한 후 현재 중소기업인 A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A회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홍 사장과 같이 진행하면서 홍 사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탁월한 추진력과 열정으로 그룹회장의 신망을 받으면서 생활했던 이야기, 진실과 창의적인 열정으로 회사의 어려움을 타개하였던 이야기 등을 홍 사장으로부터 들으면서 김 변호사는 홍 사장으로부터 더 많이 배우게 된다고 생각하고 마음으로 홍 사장을 존경하게 되었다.


젊은 변호사들은 실력이 있어야 성공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력 향상을 위해서 열심히 연구하고 조사하고 문서도 작성한다. 하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나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고객과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득하게 된다. 즉 고객 중심의 사고를 하게 된다. 내가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고객이 없고 일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변호사는 고객 없이는 존재하기 어려운 것이다. 변호사들끼리 하는 농담 중에는 '고객이 주는 장학금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변호사다'라는 말이 있다. 고객이 일을 맡겨야 조사도 하고 연구도 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고객 중심이 된다고 해서, 고객 일을 내 일처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고객 중심이 되면 고객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게 되기는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자신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고객과의 관계는 의례적이고 형식적이며 사무적인 것일 수 있다.

고객 중심의 다음 단계가 내일처럼 일하는 단계인 것 같다. 내 일처럼 일을 한다는 것은 고객을 위해서 그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 일을 하는 주된 동기나 목적이 비록 전부는 아닐지라도,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고객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 중심의 단계와 내 일처럼 일하는 단계는 고객과의 사이에 충돌이나 갈등이 생겼을 때 차이가 드러난다. 고객 중심의 단계에서는 고객과의 사이에 충돌이 생기거나 갈등이 생길 때 변호사의 권리를 내세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변호사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내 일처럼 일하는 단계가 되면 변호사의 권리를 내세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내 일처럼 일을 해 왔기 때문에 나의 이익보다는 고객의 잘 되는 방향으로 갈등이 해결되는 것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보다 더 정확하게 이야
기하자면, 그 변호사는 고객을 돕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왔다는 것만으로 이미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 일처럼 일하는 변호사를 고객은 원한다. 그런데, 고객이 원하는 이런 변호사가 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내가 아무리 고객 중심으로 일을 한다고 해도 고객이 나를 귀찮게 하는 사람이라거나, 나를 괴롭히는 사람, 싫지만 나를 먹여 살리는 사람 정도로 생각한다면 이것은 '내 일처럼' 일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고객을 존경하고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고객도 알 것이고, 이런 마음이 있을 때 고객 일을 내 일처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변호사에게도 그 일이 즐거움이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고객을 존경하고 존중하는 마음, 그리고 고객을 섬기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까?

변호사들이 하는 오해가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고객이 나보다도 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자기가 고객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보다 공부를 못한 사람들이 나의 고객이 되어서 나를 부린다'는 생각을 하니 자존심이 상하고 '내가 고객보다 더 많이 아는데 고객이 자기의 말을 잘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좌절감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내가 볼 때 변호사라는 직업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직업 중 하나인 것 같다. 남들은 변호사를 보면 부러워하는데 정작 자신은 행복하지 않는 것이다.

똑똑하다는 것의 기준이 학교 성적이 좋고, 공부를 잘했다는 것이라면 맞다. 그러나 사업을 하는 머리와 공부하는 머리는 다르다. 변호사는 자신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몇 가지 법적 쟁점에 대하여 검토한 후 고객의 찾고자 하는 해답을 발견하였다고 생각하지만, 고객은 변호사가 검토 대상으로 삼은 몇 가지의 쟁점을 포함하여 수십 가지 또는 수백까지의 쟁점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고객은 한 사건 또는 한 프로젝트에서 세무관계, 법률문제, 회계문제, 조직문제, 이익의 문제, 정부와의 관계 등등 수많은 쟁점을 검토해야 하고, 그 중 일부 쟁점을 변호사에게 맡기는 것이다. 고객은 이 모든 것을 고민하고, 고독한 결정을 내린다. 이 결정에 대해서는 변호사가 책임을 져 줄 수 없다. 고객이 모든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거의 예술의 경지라고 할 수 있겠다. 변호사의 지식으로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숙제를 사업가는 풀어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변호사는 고객보다 더 똑똑한 것도 아니고 고객보다 더 많이 아는 것도 아닌 것이다. 내가 이렇게 설명하면 젊은 변호사들도 동의는 하겠지만, 그것을 가슴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까지는 많은 세월이 필요한 것 같다.

변호사는 고객의 문제 중에서 일부를 해결해 주는 것이 기본적인 임무이다. 변호사는 고객의 모든 문제를 알지 못하고 이에 대한 해법도 다 알고 있지 못하다.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객이 나의 견해를 받아 주지 않아도,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변호사는 고객보다 똑똑하지 않다.

법을 고객보다 더 잘 알 뿐이다. 이것을 인정해야 고객과 제대로 된 관계가 형성이 된다. 이것을 인정해야 고객을 존경하고 존중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고객과 같이 일을 하는 것이 영광이며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변호사가 느끼게 되게 될 때 변호사도 행복해 지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면 고객도 안다.

나의 제안 : 고객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존경하라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