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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민사사법제도 개선의 논의와 문제점

김홍엽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대법원은 사실심 충실화 마스터플랜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사실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하여 다각도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종전에도 이러한 성격의 위원회들을 구성하여 꾸준한 연구작업을 하여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요즘의 사법제도 개선 논의는 너무 서두르고, 그리고 망라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이를 보도하는 내용을 보면 마치 논의되고 있는 내용들이 모두 반영되어 사법제도 개선이 조만간 실현될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아예 그 다음 회의에서 무엇을 논의하는지, 그리고 이를 채택하는 건의문이 결의될 것까지 미리 예정되어 있다. 사법제도개선위원회의 논의라고 하지만 실제는 대법원의 마스터플랜을 확인 내지 추인하는 절차로 착각이 들 정도이다. 막연한 인상이기를 바라는 바이지만, 최근 들어 소송제도 내지 소송절차에 관한 법규정 등의 개정 속도가 엄청 빨라지고 있다. 문제점이 있다고 보이면 서둘러 손을 대려고 한다.

문제점이 법규의 미비로 비롯된 것인지, 제도의 운영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별로 심각하게 따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점이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 실증적으로, 통계적으로 차분하게 검토하지도 아니한다. 문제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고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대법원이 보도자료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한 내용의 상당 부분은 졸견에 의하면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 운영상 문제이다. 사법제도에 관한 관념 내지 인식에 있어서 외국에 있는 제도가 우리나라에 없으면 마치 제도의 미비, 제도의 후진성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비교법 연구에 있어서 한국 사법제도의 실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전제에서 외국의 사법제도를 연구하기 보다는 외국의 사법제도 자체의 소개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외국 사법제도의 설익은 연구는 진정한 비교법적 연구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독일이나 일본, 그리고 미국에 있는 제도라면 그 도입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어 한다. 앞서의 사법제도개선위원회는 금년 7월까지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을 심의·의결하여 확정한다고 한다. 과연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라고 명명하는 증거개시제도를 어떻게 입법하여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 이에 관한 전공자인 필자로서는 의아할 따름이다. 민사사법제도에 관하여 좋은 제도를 도입하고서도 제대로 이용되지 않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며, 좋은 제도를 도입한 후에도 얼마 안 가서 이를 개정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의욕이 앞서 균형과 절제를 잃어서는 아니 된다.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의 사법에 대한 염원을 실현하는 것인지 근본적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