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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노트

선배변호사의 야단에 기죽지 마라

김재헌 변호사

# 1. 김 변호사는 선배인 박 변호사가 맡긴 일을 처리하느라고 고생을 하였으나, 답이 잘 나오지 않아 며칠째 고민하고 있다. 다른 업무도 있어서 이 일에 집중하지 못한 사정도 있다. 박 변호사가 후배 김 변호사 방에 불쑥 찾아와서 결과물을 언제 줄 것이냐고 묻는다. 김 변호사는 하루만 더 달라고 사정을 해 본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그런데 박 변호사가 얼굴을 붉히면서 한 마디 한다. "내가 하면 반나절이면 되는데…" 김 변호사는 좌절한다.

#2. 박 변호사는 선배인 이 변호사와 업무협의를 하면서 쟁점들에 대한 의견을 말하였다. 그런데, 이 변호사와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심히 연구했는데, 또 틀린 것이다. 이 변호사는 박 변호사가 열정적으로 일을 하지 않고, 쉽게 일 처리를 하려고 하는 태도 때문에 생긴 결과라며 야단을 친다. "이렇게 결론이 자꾸 틀려서야 어떻게 박 변호사를 믿고 일하겠습니까?"라는 말도 빼 놓지 않는다. 박 변호사는 절망에 빠진다.



변호사는 도제식 훈련을 통해서 성장한다. 변호사의 길은 책에 나와 있지 않다. 책을 통해서 변호사의 길을 배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해 주는 선배변호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좋은 선배에게서 좋은 훈련을 받아야 잘 성장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대다수의 문제는 선배의 지도와 훈련이라는 것이 후배들이 쉽게 소화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나와 내 동료들도 선배들로부터 야단을 많이 들었다. "내가 하면 한 두 시간이면 할 것을 왜 너는 며칠이 걸리느냐?"는 지적에서부터 "왜 너는 리서치를 하여야 할 것을 내게 질문하여 답을 찾고자 하느냐? 묻지 말고 리서치를 더 하라", "왜 너는 다른 선배들의 일에는 신경을 쓰고 내가 맡기는 일은 신경을 덜 쓰느냐?", "우리 때는 그렇게 일 안했어." 등등 많은 야단을 들었다. 이런 선배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게 잘 하면 혼자 하셔요"부터 시작해서 "모르니 묻는 것 아니냐"는 등등 하소연을 동료들끼리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였던 것 같다.

이제 20년 넘게 변호사 업무를 한 지금, 이런 선배들의 야단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를 생각해 보면 지금에야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배들의 야단을 들으면서 많이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과정을 통해서 부지불식간에 많은 내공이 생기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하면 선배들로부터 야단을 들었던 것이 내게는 결과적으로 유익하였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선배들의 야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후배변호사들에게 유익이 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선배들이 후배들을 야단치는 것은 기본적으로 후배들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선배들이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쓰면서까지 후배들에게 야단을 칠 이유가 없다. 선배들은 후배들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후배를 지도하는지를 잘 알지 못하여 본의 아니게 후배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은 것일 뿐이다. 후배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과정에서 상처를 입게 되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큰 유익이 있는 것이라면 담담하게 이것을 잘 소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보고 일 처리가 늦다고 말을 많이 하는데, 정말로 선배들은 몇 시간이면 일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후배들을 가르치느라고 속에서 열불이 나면서도 며칠을 기다려 주는 것이다. 이런 선배들의 고충을 후배들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야단을 쳐 주는 선배가 그렇지 않은 선배보다 더 좋을 수 있다. 변호사들은 대체적으로 점잖아서, 말을 아끼고 가능하면 좋은 말을 하려고 하고 격려하는 말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선배들은 후배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하고 있다. 말을 하지 않을 뿐이다. 두 명의 선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은 자신들이 지도하는 후배의 업무태도와 실력에 대하여 평가를 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즉 선배들은 후배에 대한 평가를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명의 선배변호사는 좋은 말로 그 후배를 격려하고, 실수를 잘 지적하지 않는다.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니까. 그리고 격려하는 것이 좋으니까. 그러나 한 선배변호사는 속에 있는 말을 여과 없이 토해낸다. 실력이 없다고 나무란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나무란다. 후배에게 상처를 준다. 후배는 괴로워한다. 그 선배는 후배가 괴로워하는지도 모른다. 누가 후배에게 도움이 될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좋은 말을 해주는 선배나 나쁜 말을 해 주는 선배나 그 후배에 대한 평가는 동일하다. 그런데, 후배로서는 자신의 모습을 잘 볼 수 없으니 선배가 지적해 줘야 알게 된다. 즉 후배의 문제점을 선배들이 통렬하게 지적해 주어야, 후배가 자신이 부족한 점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단순히 비교하자면 후배를 야단치는 선배가 결국에는 후배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선배를 미워하는 것보다는 고마워하는 것이 좋다.

셋째, 선배의 야단을 들었을 때, 그 야단이 타당한 것이라면, 선배에게 어떻게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선배의 입장에서는 후배를 기꺼이 도와주고 싶은데, 후배의 체면을 생각해서 말을 아끼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후배가 찾아와서 개선책을 찾는데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하면, 선배변호사는 기뻐하며 그 방법을 찾아 줄 것이다. 야단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되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당장은 그 선배를 보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면 그 선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20여 년 전 검찰시보시절에 부장검사님으로부터 "김 시보는 리걸마인드(legal mind)가 부족해"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에는 충격이었다. 최근 신문에서 그분의 이름을 접할 때마다 그때가 떠오른다. 이런 내가 이제 선배가 되었다. 후배들을 지도한다. 나는 후배들이 내 앞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옛 모습을 생각한다. 그래, 이런 과정을 통해서 변호사는 성장하는 것이다.


나의 제안 : 선배들의 야단에 기죽지 마라. 선배들의 야단은 보약과 같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