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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로스쿨 교육과정 개혁론

손창완 교수(연세대 로스쿨)

1. 서

최근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모두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사법시험 존치론(사시존치론)이 강하게 주장되고 있다. 사시존치론은 로스쿨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사시존치론의 주장 중 하나는 로스쿨 교육과정이 부실하기 때문에 실력 있는 변호사를 양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로스쿨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경우가 많아 반박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현재 로스쿨 교육과정은 여러 가지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로스쿨이 시작된 지 7년이 되가는 만큼 로스쿨 제도를 운용하면서 문제가 있는 부분을 보완할 시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로스쿨 교육과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교육과정 개편

가. 교육기간

많은 법조인들이 3년의 로스쿨 교육기간이 법조인 양성기간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필자는 실제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기간보다 교육의 집중도라고 생각한다. 사법시험의 최소 준비기간을 1차 1년, 2차 1년으로 잡고 사법연수원 교육을 변호사 위주로 재편할 경우 1년 정도면 충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육의 집중도가 보장된 3년의 로스쿨 체제는 법조인 양성을 위한 교육기간으로 적당하다. 또한 로스쿨 졸업 이후 6개월간의 실무수습기간이 예정되어 있어 실질적인 교육기간은 3년6개월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로스쿨의 과제는 3년의 교육기간 동안 교육의 집중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교육의 집중도에 관한 한 로스쿨 교육과정은 비판의 여지가 많고, 그것은 대학교육의 느슨함 때문이다. 대학교육과정은 1년에 4개월의 방학으로 구성된 느슨한 체계이고, 이러한 대학 시스템 때문에 로스쿨 교육과정도 자연스럽게 느슨해 질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로스쿨의 경우에는 교육의 집중도를 위해 대학의 계절학기를 정규학기화 하여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4개 학기 체제로 운용하여 1년에 10개월 이상을 정규 교육기간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은 한 학기 동안 여러 과목을 수강하기 때문에 각 과목에 대한 집중 이해가 필요한 법학교육에서는 학기제 시스템은 교육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로스쿨 교육과정은 학기제에서 탈피하여 MBA과정에서 운용되는 모듈제를 참고하여 재편할 필요가 있다. MBA과정에서는 학기를 여러 모듈로 나누어 각 모듈에 1개 내지 2개의 과목만 집중적으로 이수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모듈제의 장점은 한 과목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과 단계별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를 로스쿨 교육에 접목하면 현재 1학기 동안 여러 과목을 동시에 학습하는 방식에서 1학기를 두 기간으로 나누어 1, 2개 정도의 과목만을 집중적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것으로 재편할 수 있다.

나. 이수학점의 문제

현재 로스쿨 이수학점은 90학점이고, 이에 따라 로스쿨 학생들은 1학기당 15학점 정도를 이수하고 있다. 이 정도의 학점이면 충분한 법조인 교육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좀 더 충실한 교육을 위해서는 이수학점을 120학점 정도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 이는 3년의 기간 동안 교육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고, 기초과목과 실무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시키면서도 전문화를 위하여 다양한 과목을 이수하게 하기 위해서는 90학점 정도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학년에 50학점, 2, 3학년에 각 35학점 내외의 과목을 이수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다. 평가의 문제

법조계에서 로스쿨의 문제로 학생 평가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위해 변호사시험('변시')의 성적 공개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로스쿨 측에서는 로스쿨 교육이 형해화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변시 성적 공개를 통하여 로스쿨 학생들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것도 좋지만, 변시 성적은 졸업 이후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취업 시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객관적 지표를 통해 학생들의 성취도를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은 경청할 필요가 있고, 이와 관련하여 1년차 평가시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통계적으로 로스쿨 1학년 성적이 3년 성적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점, 대부분의 로펌에서 1학년 겨울 방학부터 변호사를 채용하는 점, 검사ㆍ재판연구권도 변시 이전에 채용을 확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학년말에 전국 로스쿨 평가시험을 시행하면 변시성적 공개의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다. 구체적인 평가내용과 방법은 논의가 필요하나, 공법(헌법+행정법), 형사법, 민사법을 객관식 시험만을 통해 평가하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1년차 평가시험은 2학년 이후 로스쿨 학생들이 전문화를 위하여 다양한 과목을 수강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로스쿨의 입장에서도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다.

3. 모범 교과과정

가. 1학년

1학년 과정은 공법, 민사법, 형사법을 1년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과정으로 편성한다. 1년으로 방대한 과목을 모두 배우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법조인으로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핵심 내용'만을 강의한다면 불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법학계와 법조계가 합의를 통해 교육내용을 정하여 그 범위를 한정할 필요가 있고, 교육내용은 법규정과 판례 위주의 교육내용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1학년 과정은 전국 로스쿨이 동일하게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동일한 내용을 강의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구체적인 편성내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표1>


위와 같은 과목들은 모두 필수과목으로 설정되어야 하므로 현재 35학점으로 제한되어 있는 필수과목시수제한은 전면 폐지되어야 한다.

나. 2학년

2학년과정은 개별 학생의 진로계획에 따라 전문과목과 법조실무과목을 수강하는 시기로 정해야 한다. 전문과목은 모듈별로 2개 정도의 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시기에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면서 전문성을 키워나가도록 한다. 법조실무는 법문서작성과 모의재판을 충실하게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2학년 여름ㆍ겨울학기는 실습기간으로 정하여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최소 2 내지 4개월의 실습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편성한다. 법조실무과목에 관한 구체적인 설계로는 민사법문서작성, 형사법문서작성, 공법법문서작성, 모의재판, 실무수습 등 12학점 정도로 구성하여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

다. 3학년

3학년 과정은 2학년까지 배운 법학에 관한 이론을 응용하고 실무지식을 심화시킬 수 있는 과목으로 편성하여 이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시기로 정해야 한다. 연세대 로스쿨의 경우 이를 위해 12개 이상의 각종 응용ㆍ실무과목들이 개설되어 있고 이들 과목들은 변시 대비를 위하여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는 과목들로 실질적으로 준필수과목화된 것들이다. 


라. 법률사무종사기간

변호사법에 의하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변')는 변시 합격 후 6개월 간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실무수습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은 '로변'들이 변협에서 개설하는 연수를 신청하고 있으나, 변협연수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로변'에게 실질적인 실무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가 되고 난 후 6개월은 변호사로서 성장하기 위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야 할 '골든타임' 이다. 그러나 현재는 그 기회를 너무 헛되이 보내고 있는 '로변'들이 너무 많다. 법률사무연수는 집체교육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고, 실무를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로변'에게 사법연수원과 같이 법원, 검찰, 변호사 각 2개월 간의 시보 과정을 제공하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4. 결론

본 제안에 의하면 로스쿨 학생들은 3년 동안 집중된 교육과정을 통해 훈련을 받게 된다. 여기에 실질적인 실무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법률사무연수를 거친다면 사법시험 체제와 비교하여 전혀 손색이 없는 법조인양성제도가 될 것이다. 로스쿨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지만 로스쿨은 나쁜 제도가 아니다. 사법시험체제와는 달리 열린 구조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실험이 가능한 유연한 체제이다. 로스쿨은 개선되고 진보할 수 있는 제도이고, 앞으로 우리 법조인의 과제는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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