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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노트

혼자 일하기보다 같이 일하라

김재헌 변호사

#1 이 변호사는 국제물품공급계약을 검토하고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들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등으로 공정한 계약이 되도록 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같은 사무실 후배인 김 변호사는 쟁점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있고, 박 변호사는 속도는 느리지만 꼼꼼하게 문서를 검토하는 장점이 있다. 이 업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 내부 회의를 한 후에 역할 분담을 하였다. 먼저 김 변호사가 신속하게 수정안을 만들고, 자신이 작성한 수정안에 대하여 코멘트를 달아 주었다. 박 변호사는 계약서를 같이 검토하면서 김 변호사가 마련한 수정안 중에서 오류가 있는 부분을 지적하고, 추가로 수정하여야 할 부분을 알려 주었다. 선배인 이 변호사는 이들이 작업한 내용과 관련하여 내부회의를 몇 차례 한 후, 전체적인 그림을 계속 생각하면서 수정안을 완성하여 고객에게 전달하였다.

#2 김 변호사는 복잡한 소송사건을 진행하게 되었다.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후배변호사와 협의하면서 일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후배변호사들과 내부회의를 해 보니, 연차가 낮은 박 변호사는 다른 일로 바빠서 그런지 서류 검토를 충분히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송 변호사는 회의를 하는데 별로 말을 하지 않는다. 내용 파악이 안 되었나 보다. 후배들을 믿고 일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할 수 없이 김 변호사는 직접 준비서면초안을 작성하였고 후배들에게 수정할 부분이 있는지 의견을 구하였다. 후배변호사들은 오타를 제외하고는 크게 수정할 사항이 없다는 회신을 한다. 후배변호사들이 오타를 수정하는 정도의 기여를 하는 것 외에는 별로 역할이 없는 것 같고, 준비해야 할 것들은 많아서 결국은 김 변호사가 혼자서 처리하게 되었다. 후배들도 선배인 김 변호사가 혼자서 열심히 일을 하니까 특별히 적극적으로 관여할 포인트를 잘 잡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되었다.


로펌에서 일을 하다 보면 사건 또는 프로젝트의 진행을 위해서 여러 변호사들이 팀을 이루어 내부회의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회의의 정도도 정보 교환 차원의 회의도 있고,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는 회의도 있다. 과연 이런 회의가 필요한가? 도움이 될까?

변호사는 전문가이다 보니 혼자서 연구하고 검토하는 기회가 많이 있다. 그런데 혼자서 일을 하게 되면 업무진행스케줄을 혼자서 짜면 되므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로 일을 진행할 수 있어서 좋다. 한편 여러 변호사가 같이 일을 처리하는 경우에는 비효율적인 면이 생기게 마련이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 중에서는 아무런 회의 준비 없이 참석한 사람도 있고, 준비가 많이 된 사람, 준비가 덜 된 사람이 섞여 있어서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느낌, 시간 낭비와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이 있다. 짜증이 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불편함과 비효율 때문에 혼자서 일을 해치워 버리려고 하는 경향이 자꾸만 생긴다. 혼자서 하면 하루면 될 일도 여러 사람이 관여하면 그것보다 몇 배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이것은 개인의 성향과도 연결이 되어서 어떤 변호사는 같이 일하기보다는 혼자서 일하기를 즐긴다.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집중도와 장악력도 높은 편이고 고객의 만족도도 높고 성과도 좋다.

그런데, 모든 일을 혼자서 다할 수는 없다. 특히 큰 프로젝트의 경우는 어차피 협력해서 같이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큰 프로젝트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집단지성이 활용되면 혼자서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성과물을 낼 수 있다.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여러 사람의 머리에서 나 온 아이디어가 같을 수 없다. 소가 없으면 외양간이 깨끗하지만 소가 있으면 많은 일을 해 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업무를 분장하는 과정에서 비효율과 시간 낭비가 생긴다. 그러나 비효율과 낭비요소보다 더 좋은 성과물이 생길 수 있다면 같이 일을 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 아닐까.

내가 생각하기에 김·장 법률사무소의 성공요인 중 하나도 여러 변호사들이 모여서 쟁점과 전략을 논의하는 '내부회의'인 것 같다. 내부회의를 통해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변호사들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때보다 더 좋은 성과물이 나오게 되고, 이것이 고객만족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즉 집단지성의 활용이 김·장 법률사무소의 성공비결인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면에서, 같이 일을 하게 되면 일에서 보다 자유로워 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변호사는 업무처리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 때문에 시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왜냐하면 업무마감시간이 정해지고, 재판기일이 정해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시간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젝트 또는 소송을 같이 하는 동료가 있으면, 급한 사정이 생겼을 때 동료에게 일 처리를 맡길 수 있는 것이다. 같이 일을 하기 있기 때문에, 별 다른 설명을 해 줄 필요도 없고, 인수인계를 위한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도 없다. 힘이 들면 휴가도 갈 수 있다. 내가 없는 동안 동료 변호사가 일을 처리를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할 때 이것 역시 같이 일을 하는 경우 누릴 수 있는 큰 유익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같이 일을 하게 되면 고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덤으로 얻게 된다. 동료나 후배 변호사에게 업무를 일부 분담시켰는데,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주지 않거나 결과물이 형편없어서 전부다 새로 시작해야 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까? 이런 상황을 경험하면 나의 고객도 이런 마음일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런 경험을 통해서 고객을 더 잘 도와 줄 수 있는 비결을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혼자 일하는 변호사는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저 변호사가 혼자서 열심히 잘 하고 있어 고맙기는 하지만, 혹시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병이 들면 내 사건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고객이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면, 내가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나 대신 팀으로 일하는 변호사를 찾아가려고 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혼자 일하고자 하는 성향은 고객 유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의 제안 : 혼자 일하지 말고 같이 일하는데 익숙해져라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