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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김영란법', 앞당겨 시행해 보자

박인제 변호사(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드디어 공포되었다. 그러나 1년 6개월 남은 시행 이전에 손볼 데가 많다는 주장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긴 압도적 가결이라는 의사봉 소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대한변협은 위헌심판청구를 해버렸다. 그 동안 질질 끈다고 성토해 왔던 언론들은 졸속이라 비난하기 바쁘고 국민 대부분의 지지는 오히려 포퓰리즘의 뿌리로 격하된 느낌이다. 결국 위헌이거나 법 만능주의라는 말인데 과연 그런가.

공직자 자신이나 배우자의 행위를 신고하도록 한 것은 양심의 자유나 인륜에 반하는가.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받았거나 금품수수를 제의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범죄가 아니다. 따라서 부패예방 또는 적발수단 차원에서 이를 신고하라는 것까지 시비할 일은 아니다. 이미 형사소송법에서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하여야 한다'( 같은 법 제234조 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받고 비리까지 저질렀을 때에는 신고의무가 없다. 금품을 수수, 요구, 약속하는 등 범죄행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신고의무는 있으나 신고를 면책사유로 하여 유인책으로 삼을 뿐 신고하지 않았다 하여 처벌하지는 않는다. 비리는 없었으나 신고만 안한 경우까지 포함해서 과태료나 징계사유는 되나 거기에까지 양심의 자유가 잣대가 될지는 의문이다. 공직자에게, 강요 또는 제의받은 부패행위의 신고의무를 과하나 처벌규정은 없는 유사 조항(구 부패방지법 제26조와 같은 취지의 현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56조 공직자의 부패행위 신고의무)에 대해 위헌 주장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배우자의 경우를 보자. 배우자의 범죄행위를 신고하게 하는 것은 범죄를 저지른 친족을 은닉하거나 도피시켜도 벌하지 않는 형법 조항( 같은 법 제151조)과 맞지 않는다. 그런데 배우자가 타인을 위해 공직자인 그 배우자에게 부정청탁을 할 때에는, 현실성을 떠나, 공직자에게 이를 신고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정청탁한 배우자에게는 형벌이 아닌 과태료 처분만 할 수 있을 따름이고 공직자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하여 처벌은 하지 않는다. 다만 징계사유는 된다. 과태료, 징계에 그치므로 위에서 보았듯이 문제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경우인데 배우자의 단순금품수수행위 자체는 처벌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그 행위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벌하는 것은 위 범인은닉의 경우와 다르다. 그런데 배우자의 행위가 단순금품수수가 아니고 다른 법에 위반될 때, 예를 들어 적극적으로 공무원인 그 배우자에게 청탁 또는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 요구, 약속한 때( 변호사법 제111조 벌칙, 특가법 제3조 알선수재 )에는 문제가 된다. 위 형법 조항을 보거나 배우자의 범죄행위를 신고할 기대가능성이 낮으므로 벌할 수 없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아닌 배우자의 비리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벌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입법재량의 문제이지 헌법위반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위 형사소송법 조항에서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서의 범죄에 배우자의 범죄를 제외할 근거는 명확치 않다. 다만 공직자의 윤리에 비추어 배우자에게 자수를 권유하여 자수하게 하거나 스스로 신고한 경우 자수에 준하여 형벌을 반드시 감면토록 하는 방도를 강구해 볼 수는 있다고 본다.

공공기관도 아닌 언론이 왜 들어갔는가. 언론기관도 공식적인 비리고발창구로 인정하는 영국, 일본 등의 입법례에서 보듯이 특히 부패통제에서 언론은 종종 공공기관 취급을 받는다. 여건이 되면 우리 언론에게도 그 기능이 부여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꼭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럼 왜 하필 언론인가. 공공성이 강한 다른 민간부문 즉 법조, 의료, 금융, 시민단체 등은 그 막강한 영향력에서 언론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그들은 또 변호사법, 의료법, 약사법, 은행법, 보험업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률, 특가법, 특경법 등이나 일반형사법으로 얼마든지 부패통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방송법 등 언론관계법에는 직접적 부패통제장치가 전무하다. 언론부패에 일반법을 적용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직업윤리나 자정장치로 내부통제가 잘 되는 언론도 있고 사회적 감시나 피해당사자의 문제제기도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으나 아직은 역부족이다. 사이비언론이 넘쳐난다. 온갖 방식의 새로운 언론의 파급력은 거의 측정불가다. 그래서 남용의 위험성도 크고 부패에 취약한 것도 사실이다.

갑질 횡포에서 보듯이 엄청나게 커진 힘을 바탕으로 발호하는 민간부패를 공공부패와 달리 다룰 근거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민간부패도 공공의 적인 수준에 이르면 공적 부문처럼 대처해야 한다. 피상적으로 공과 사로 구별하여 사적 영역에서의 평등권보장만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언론탄압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 법을 악용하려는 유혹을 차단할 장치가 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사립학교도 포함되어 있는 데 대한 반론도 있지만 공교육을 담당하고 대부분 엄청난 나라 예산이 지원되는 사립학교는 애초부터 공공기관과 다를 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부정청탁이 뭔지 애매모호하다고 한다. 이 법에서 구체화한다고 15개 유형으로 나눠 놓았지만 복잡한 것은 맞다. 그러나 납세자는 그 복잡다기한 세법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독일에서는 법률서적 몇 종이 항상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른다고 한다. 선진국 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부정청탁은 이미 형법, 특가법, 특경법, 변호사법 등에도 있는 오래된 개념이고 대법원 판례도 많이 축적되어 있다. 남용을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제까지는 이 법이 헌법에 반한다는 데에 대한 답은 될지 몰라도 더 근본적인 물음들에 대한 답으로는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먼저, 문화와 사회윤리가 안을 일에 강행법이 뛰어드는 것, 자정에 맡길 일에 사정이 끼어드는 천박함이나 척박함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참으로 아프게 들린다. 그러나 더욱 은밀해지고 교묘해져서 단기적으로는, 그리고 단선적으로는 도대체 부패인지 인정인지도 모를 지능적 부패와의 장기전 와중에서 직무관련성, 대가성만 따지고 겉으로 드러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으로 나누기만 해서는 다 놓치고 만다. 우리의 행위기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다가가는 데에 대해 우리의 문화는 너무나 한가롭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그렇다고 법이면 다 될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피해 나가겠다는 그 숱한 꼼수들이나 해묵은 관행으로 포장된 거래들을 무슨 수로 가려내어 집어낼 것인가. 어떻게 24시간 눈을 부릅뜨고 있으며 또 그런다고 될 일인가. 문화와 의식에 더해 통제인프라마저 미처 쫓아가지 못하는데 법만 앞서 달리는 꼴 아닌가. 실은 이 대목에 이 법의 입법자나 집행자의 가장 큰 고뇌가 있음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선반 위의 장식품이었다가 어쩌다 한 번씩 '조자룡 헌 칼 쓰듯' 하찮은 일이나 집적댄다면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 이 법을 살아 있는 규범으로, 그리고 끝내는 법규범에서 윤리규범으로 전환시키는 일은 선도, 집행하는 정부의 몫일 뿐 아니라 수용, 감시하는 국민의 몫이기도 하다.

원안에서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몽땅 빠지고 국회의원 등에게는 빠져나갈 통로를 만들어 주었으며 친족 중 배우자만 남아 있어 반쪽 이상 모자란다는 이도 있으나 법망이 인망까지 채가며 흘러넘친다는 이도 적지 않다. 솔직히 말해 현재의 여건과 역량으로는 이것도 만만찮은 것이 아닌가. 시행을 1년 6개월이나 뒤로 미뤄 버려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많다. 우선 시행시기를 1년은 앞당겨 리퍼트 대사 말처럼 같이 가보자. 가다 보면 덜거나 보탤 게 차츰 뚜렷해질 것이다. 개정이니 하는 일은 그 때 가서도 결코 늦지 않다. 해보기도 전에 힘부터 뺄 일이 아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