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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제살 깎기' 로펌 수임료


몇 해 전 한 기업 법무팀에서 근무하는 지인이 다급하게 연락해왔다. 한 대형로펌의 대표변호사와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회사에 소송건이 생겼는데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수임료를 깎아볼 요량이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거절했다. 사적인 이유로 로펌의 대표변호사와 따로 자리를 마련해줄 수는 없다고 이유를 댔다. 그리고 중요한 소송에서 수임료를 깎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충고했다. "저가의 수임료가 수준 낮은 법률서비스를 불러 온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결국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수임료 에누리 없이 그 로펌에 사건을 맡긴 그 회사는 소송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들은 여전히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달지 못하고 있다.

6년 전 도입된 새로운 법조인 양성시스템은 법률시장을 과도한 수임경쟁으로 몰고 있다.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이 시작되는 내년에는 외국로펌들까지 법률내수시장에 뛰어들 것이기 때문에 수임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경제원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수임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수임료는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로펌들의 저가 경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효율성과 경제성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기업들이 저가 경쟁으로 내몰린 변호사업계의 사정을 십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기에 사건을 맡을 로펌을 경쟁입찰로 선발하고, 소위 '로펌 쇼핑'을 통해 수임료를 최대한 아끼려는 기업들의 행태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변호사업계를 과도한 저가경쟁에 내몰수록 저질의 법률서비스가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로펌들은 당장의 실적을 채우기 위해 기업들의 요구에 순응하겠지만, 수임료를 깎기 전 수준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임료 깎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서비스의 질은 생각지 못하는 꼴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간단한 이치다. 기업들은 과도한 '수임료 후려치기'가 결국은 제살 깎아먹는 격이라는 점을 깨닫고 상생(相生)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