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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법원 대규모 인사 파장



"증인 신청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의 입장이 확정되지 않았으니 한 차례 준비기일을 더 열어 증인심문 여부를 정하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제3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장이 한 말이다. 재판부는 3주전에도 같은 말을 했었다. 온 나라를 뒤흔든 사건의 공판준비가 지지부진하자 당사자들은 허탈해했다. 방청석에서는 "또야?"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후 재판장이 바뀌었기 때문에 공판이 속도를 내려면 시간은 더 걸린다. 일반인들 사건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서울법원종합청사 법정 복도에서 만난 한 민사소송 당사자는 "당장 받아야 하는 돈이 있는데 선고가 또 미뤄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모두 법원 정기 인사로 담당 재판부가 바뀌는 탓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법원의 대규모 인사이동으로 인한 재판 지연은 매년 반복된다. 판사들은 인사를 앞두고 어떤 사건은 진행을 아예 몇 달 뒤로 미뤄버리기도 한다. 인사로 재판부가 바뀌어 변론이 재개되면 판결이 날 때까지 몇 개월이 더 걸린다. 법원이 강조하는 '신속재판'과는 거리가 멀다. 2월부터 한달 동안 진행된 사건이 절반 가까이 줄어 법원도 한산하다. 하지만 당장 선고를 기다리는 당사자들은 애가 탄다. 전세값을 돌려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민사소송 당사자도, 형제들과 소송을 벌이는 재벌가 회장도, 선고가 나기 전까지는 하루가 한달같이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 해 1000여명의 판사들이 움직이는 대규모 인사이다보니 매번 사무분담을 구성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다. 재판부가 바뀌면서 이런저런 구설이 나오기도 한다. 불필요한 의혹을 사니 법원의 신뢰도 함께 흔들린다.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법원은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같은 인사시스템을 유지한다고 설명한다. 순환 근무로 판사와 특정 지역 인사들과의 유착 우려를 없애고 재판 독립을 일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공정한 재판과 재판의 독립이란 자기가 맡은 사건을 끝까지 성실하게 심리해서 판결까지 마무리하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한 중견 법관의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