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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조

모토로라는 친한 친구를 잃었다

라이언 샌드락(Ryan Sandrock, Sidley Austin LLP)
윤용희(법무법인(유) 율촌, Sidley Austin LLP 파견)

-미국 경쟁법의 역외적용에 관한 중요 판결 소개-


1. 사안의 배경

LCD 패널(Liquid-Crystal Display Panel) 제조사인 아시아 회사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LCD 패널 가격을 담합(카르텔) 한 후 아시아 시장에서 영업하고 있는 "모토로라(Motorola) 해외 자회사들"에게 LCD 패널을 판매하였다. 모토로라 해외 자회사들은 아시아 소재 공장에서 LCD 패널을 포함한 부품들을 사용하여 핸드폰을 제조한 후, 다시 미국 회사인 모토로라에게 판매하였고, 최종적으로 모토로라가 미국 시장에서 "가격 담합 부품"이 탑재된 핸드폰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였다.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가 이처럼 외국에서 행해진 외국 회사들의 경쟁법 위반행위(가격 담합)를 문제 삼아, 아시아 회사들을 대상으로 미국 셔먼법(Sherman Act)에 따라서 형사소추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인가? 더 나아가, 미국 회사인 모토로라가 외국 회사들인 아시아 회사들을 상대로 미국 법정에서 가격 담합으로 인해 해외 자회사들이 과도한 비용을 지급하였고 이로 인해 모토로라 또한 손해를 입었다며 셔먼법에 근거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 제7연방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Seventh Circuit)은 2014년 11월 26일 위 쟁점, 즉 "미국 경쟁법의 역외적용의 요건/범위"에 관한 중요한 판결{모토로라 판결, Motorola Mobility LLC v. AU Optronics Corp., No. 14-8003 (7th Cir. Nov. 26, 2014)}을 선고하였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미국 경쟁법의 역외적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해외무역독점금지촉진법(Foreign Trade Antitrust Improvements Act: FTAIA)의 관련 조항(제6a조)"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그 법률해석 결과에 따라 미국 경쟁당국의 집행권한(형사소추, 금지명령)의 범위와 해외에서 이루어진 부품 담합 참가 해외 사업자들이 미국에서 부담하게 될 손해배상의 범위가 달라지고, 더 나아가, 외국 경쟁당국의 경쟁법 집행권한을 선취해 버림으로써 해당 국가들의 주권을 침해할 가능성까지 발생한다. 게다가, 미국에서 완제품의 형태로 판매되는 상당수의 제품들이 해외 공장에서 부품 생산/조립까지 마무리된 후 미국 시장으로 들어 오고 있다는 점, 지금까지 미국 경쟁당국이 해외 부품 담합 사건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엄정하게 집행해 오고 있다는 점, 미국 경쟁당국의 조사착수 직후에는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집단소송이 제기되는 현실 등까지 고려해 보면, 미국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수출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 경쟁법 집행권의 범위를 두고 미국 경쟁당국과 경쟁 내지 협조를 하고 있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경쟁법의 올바른 집행을 위한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하는 경쟁법 변호사들은 본 판결의 의의 및 향후 진행경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2. FTAIA 제6a조에 관한 기본 법리

"외국에서 생산된 완제품이 미국으로 수입(광의의 수입 대외무역)되었으나 제품을 수출한 외국 회사가 외국에서 경쟁법 위반행위를 한 경우, 미국 셔먼법을 역외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FTAIA 제6a조 및 기존 판례는 광의의 수입 대외무역의 유형을 둘로 나누어 법적으로 달리 취급하고 있다. 즉, 기본적으로 1) "수입 대외무역(Import Foreign Commerce)"의 경우에는 셔먼법을 적용할 수 있는 반면, 2) "비수입 대외무역(Non-import Foreign Commerce)"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셔먼법을 적용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i) 해당 반경쟁적 행위가 미국 국내경제(Domestic American Economy)에 "직접적이고 상당하며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효과(direct, substantial, and reasonably foreseeable effect)"를 미친 경우에만 셔먼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형사소추나 금지명령의 경우와는 달리)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위 "i) 요건"에 더하여 ii) "미국 국내경제에 대한 그 효과가 원고 청구원인의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such effect "gives rise" to a claim)"는 요건까지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정리하면, FTAIA 제6a조는 미국 경쟁당국이 형사소추 또는 금지명령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i) 요건"만 입증하면 족하지만, 사인(私人)이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i) 요건"과 "ii) 요건"을 모두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 2가지 요건을 합쳐서 보통 "domestic effects exception" 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수입 대외무역"이라 함은 외국 회사들이 가격 담합을 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미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경우를 말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경우를 "비수입 대외무역"이라 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이번 모토로라 사건과 같은 해외 부품 담합 사건이 이에 해당된다. 즉, 원고의 해외 자회사들이 가격 담합 참가자인 외국 회사들로부터 해외 시장에서 부품을 구매하였고, 이 부품을 사용하여 외국에 위치한 해외 자회사들의 공장에서 완성품(핸드폰)을 제조한 후, 완성품을 미국 회사인 원고에게 판매한 모토로라 사건은 "비수입 대외무역" 유형에 해당하고, 그 결과 "domestic effects exception" 요건의 충족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 것이다.

3. 소송의 경과

이번 사건에서 해외 담합 대상인 LCD 패널의 직접 구매자는 원고가 아닌 별도의 법인격을 가진 해외 자회사들이고, 원고는 한 단계 이후의 간접 구매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토로라는, "피고들의 가격 담합으로 인하여 아시아 시장에서 LCD 패널 가격이 인상되었고 해외 자회사들이 인상된 가격으로 LCD 패널을 구입하여 완제품을 제조/공급하였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외국 회사인 피고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먼저, 다수의 LCD 소송을 심리하던 북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U.S. District Court for the Northern District of California)의 Susan Illston 판사는 2012. 8. 9. 피고들의 약식재판신청(summary judgment motion)을 배척하고 심리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구체적으로, Susan Illston 판사는 피고들이 부품 가격 담합 행위를 하면서 미국시장에서 영업 중인 모토로라를 "표적으로 삼고 있었다(targeted)"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당한 증거들을 강조하면서, 이와 같은 증거들을 고려할 때 모토로라의 손해배상청구가 FTAIA의 "domestic effects exception"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가 필요하다고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심리를 위하여 사건을 이송받은 북일리노이 연방지방법원(U.S. District Court for the Northern District of Illinois)의 Joan Gottschall 판사는 심리를 거쳐 2014년 1월 23일 Susan Illston 판사가 제시했던 "target" 이론의 채택을 거부하였고 모토로라의 손해배상청구는 FTAIA의 "domestic effects exception" 요건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후 소를 각하하였다.

4. 제7연방항소법원의 판단

모토로라는 이에 대해 항소하였고, 이에 대하여 제7연방항소법원의 3인 재판부는 2014. 3. 27. 구술변론 없이 당사자들이 제출한 서면에 기초하여 모토로라의 항소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저명한 경쟁법 전문가인 포즈너(Richard Posner) 판사가 본건의 주심으로서 결정문을 작성하였는데, 구체적으로, i) 모토로라는 "직접적인(direct)" 효과 내지 "상당한(substantial)"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ii) 그 반경쟁적 효과가 원고 청구원인의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 결론에 의하면, 본건과 같은 유형의 비수입 대외무역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셔먼법을 적용할 수 없고, 따라서 외국 회사에 대하여 사인(私人)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거나 미국 경쟁당국이 형사소추나 금지명령을 진행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모토로라는 말할 것도 없고, 향후 "해외 부품 담합" 유형의 셔먼법 위반행위에 대한 집행권한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미국 경쟁당국의 입장이 상당히 난처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제7연방항소법원의 3인 재판부의 위 결정 이후에 진행된 절차가 상당히 이례적이고 흥미롭다. 모토로라는 바로 제7연방항소법원에 전원합의체에 의한 재심리(rehearing en banc)를 신청했고, 미국 경쟁당국(법무부, 연방거래위원회) 또한 모토로라의 신청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러자, 제7연방항소법원은 (전원합의체에 의한 재심리 신청까지 인용하지는 않았으나) 2014. 3. 27.자 3인 재판부의 결정을 무효화하고 3인 재판부가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로 결정한다. 이에 따라 진행된 재판과정에서, 사건 당사자들은 구술변론의 기회를 보장 받고 추가 준비서면을 제출하였으며, 미국 경쟁당국 및 (피고 회사들에 대한 인적 관할권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의 경쟁당국들 또한 각 나라의 이해관계를 담은 법정조언서면(amicus brief)을 제출하였다.
여기서 미국 경쟁당국과 한국 경쟁당국의 법정조언서면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 본 사건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 5. 23. 제출한 법정조언서면(법무법인 율촌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리인으로 서면 작성에 참여함)에서, 해외 시장에서 이루어 졌고 미국 국내경제에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 외국 회사들 사이의 본건 거래에 대해서까지 (원고의 청구대로) 미국 경쟁법을 확대 적용하는 경우, 외국 국가들의 경쟁법 집행시스템을 손상시키고 주권을 침해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법리적인 측면에서도 원고의 청구는 "domestic effects exception"의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경쟁당국이 2014. 9. 5. 제출한 법정조언서면에서 자신의 집행권한을 지켜내기 위해서 독자적인 주장을 펼치는데 이것이 모토로라의 이해관계에 반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경쟁당국은, 만약 제7연방항소법원이 연방지방법원의 판결과 동일하게 원고의 소를 각하하고자 한다면, 본건과 유사한 유형의 "해외 부품 담합(LCD-type conspiracy)" 사건들에 참가한 외국 회사들을 대상으로 형사소추 또는 금지명령을 구할 수 있는 정부의 집행권한까지는 제한하지 않는 방향으로 판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다시 말해, 미국 경쟁당국은, 제7연방항소법원이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가 "domestic effects exception"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더라도 "i) 요건"을 충족하나 "ii)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미국의 형사소송에서는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를 근거로" 법무부가 원고가 되므로, 민사소송의 원고적격(antitrust standing)과 관련된 "ii) 요건"의 충족여부는 미국 경쟁당국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주장이 제시된 것으로 이해된다. 재심리사건에서도 주심을 맡은 포즈너 판사는 판결문에서 위 상황을 빗대어, "모토로라는 친한 친구를 잃었다(Motorola has lost its best friend)"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제 포즈너 판사의 최종 판단을 살펴보자. 포즈너 판사는 재심리 이후에도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가 "domestic effects exception"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유지하였으나, 세부적인 근거에 있어서는 미국 경쟁당국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즉, 본건의 경우 i) 해외 LCD 패널 제조사들의 가격 담합 행위가 미국 국내경제에 "직접적이고 상당하며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효과"를 미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여기서 더 나아가 ii) "미국 국내경제에 대한 그 효과가 원고 청구원인의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결정하였다. 다시 말해, 본건 부품 가격 담합이 미국 국내경제에 미친 효과(미국 내 휴대폰 가격 인상)가 모토로라의 본건 청구원인(가격 담합으로 인한 아시아 시장에서의 LCD 패널 가격 인상)과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5. 모토로라 판결의 의의

제7연방항소법원은, 본건 부품 가격 담합이 "미국 경쟁법 위반행위"에는 해당될 수 있으나, 모토로라에게 이 경쟁법 위반행위를 근거로 미국 법정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 즉, (직접구매자인 해외 자회사들이 원고로서 각국 법원에서 제소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간접구매자에 불과한 모토로라가 미국 법정에서 경쟁법 위반에 따른 민사소송을 직접 제기하거나 직접구매자를 대리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사인(私人)이 해외에서 이루어진 부품 담합 참여 외국 회사들을 상대로 미국 민사법정에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당히 제한시킨 반면, 미국 경쟁당국이 외국 회사들에 대하여 미국 셔먼법에 따라 형사소추 내지 금지명령을 할 권한은 그대로 유지시켰다고 볼 수 있다.

*본고는 필자들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며, 필자들이 소속된 법무법인이나 특정고객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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