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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나를 판사로 만들어 주신 분들

김성수 부장판사(수원지법)

새해가 시작되었다. 이제 좀 철이 드는지 끊임없는 시간에 사람이 매듭을 짓는 뜻을 알 듯도 하다. 해가 바뀌는 시기라서 나이에 관하여, 지난 시간에 관하여 생각하게 된다. 필자가 법관 생활을 시작한 것은 나이 스물여덟 때였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느끼듯이 지금 내가 생각하기에도 어린 나이였다. 그 나이만큼 어리석던 나를 판사로 만들어 주신 건 마음이 비단결 같던 초임 부장님과 그 곁에서 판결 경정 3번이면 판사를 그만 두어야 한다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주던 선배 판사였다. 물론 그 해가 가기 전에 판결 경정 3번을 채우고 말았지만. 그렇게 부족해서인지 나를 판사로 만드는 데는 몇 분의 노력이 더 필요했다. 엄하셨지만 애정으로 법관의 날선 치열함을 가르쳐 주셨던 부장님, 이제는 달려야 하나 조바심을 낼 법한 시기에 일과 가정, 건강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신 부장님, 알 만큼 안다고 건방진 마음이 들 만한 시기에 시야와 마음을 확 키워주시며 아직 더 성장해야 함을 느끼게 해주셨던 부장님, 그리고 그 영혼마저 닮고 싶었던 분까지. 지금의 내 모습에 판사로서 조금이나마 좋은 부분이 있다면 아마 그분들이 내 마음과 지혜에 새겨놓은 흔적일 것이다.

어려서 사랑받고 이해받은 아이들은 그 때 형성된 자존감으로 일생을 밝게 살아간다고 한다. 판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직 부족하고 미숙했던 시기에 질책받기보다 이해받고, 채근당하기보다 기다림을 허락받은 판사들이 더 큰 자존감과 사명감으로 법관의 직분에 충실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앞으로는 이미 사회에서 법조인으로서 실력과 덕망을 인정받은 분들이 법관으로 임용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내 경험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어찌 되었든 부장판사가 되고 후배 법관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선배 법관들로부터 받았던 사랑과 이해의 크기를 새삼 느끼게 된다. 부장님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