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취재수첩

[취재수첩] 헌재 구성 다양화의 이유

신소영 기자


"나는 다양성이 판결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 수준 높은 판결을 위해서는 법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세상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커밍아웃한 주자네 베어(Susanne Baer)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이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서는 그녀에 대한 독특한 소개를 볼 수 있다. 다른 재판관들은 기혼(married)이라고 소개했지만, 그녀는 '등록된 동반자'(registered civil partnership)라고 표현했다. 독일에서는 동성 부부에 대해 결혼과 유사한 결합을 인정해 법으로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와 법조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녀가 말한 다양성이란 헌법재판관 혹은 법관이 어떤 정치적·이념적 편향성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사법기관의 구성원이 사회의 한 모습을 대표하고, 그로 인해 다른 구성원에게 사회의 다른 모습을 알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헌법이 헌법재판관 9명의 인사권을 대통령·국회·대법원장에게 동등하게 나눠 준 것도 헌재의 구성원을 다양하게 하고, 이들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본보가 박한우 영남대 교수와 김은아 연구보조원과 함께 제5기 헌법재판소 결정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법연수원 9~16기 출신 중 보수 성향의 남성 재판관들이 다수를 구성해 헌재의 결정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처럼 비슷한 성향과 경력을 가진 헌법재판관들로 구성된 헌재가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헌재 결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19대 국회 전반기에 활동한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도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헌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헌법재판관 인사권자들은 헌재 구성의 다양화가 우리 헌법과 시대의 요청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