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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구멍 뚫린 공익활동

신지민 기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익활동 등에 대한 규정을 개정해 공익활동 내용을 보고하지 않으면 아예 공익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삭제했다. 이로써 서울회가 공익활동 내역을 보고하지 않은 변호사 8명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개시를 신청함으로써 촉발된 논란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공익활동 미보고자의 활동 이행 여부의 확인이 어려워져 자칫 공익활동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동안 변호사단체는 변호사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 공익활동 의무를 지속적으로 완화해왔다. 서울회를 비롯한 지방회들은 연간 의무 공익활동 시간을 30시간에서 20시간으로 줄였다. 로펌에서는 공익활동 전담 변호사를 둬 소속 변호사들의 공익활동 의무 시간을 대신 채울 수 있도록 했다.

미국에서는 변호사단체가 나서 엄격하게 관리함으로써 실질적인 공익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미국변호사협회(ABA)는 연간 50시간의 공익활동을 의무가 아닌 자율로 하도록 하고 있지만, 비영리 단체인 '프로보노 인스티튜트'를 설립해 공익전담 변호사들과 로펌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철저히 관리·감독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50개 주(州)변호사협회 중 31곳에서 정량적 프로보노 제도를 운영한다. 연간 목표시간과 기부금액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매년 보고서 작성 의무가 있어 계도효과가 있다.

변호사가 전문 직업인으로서 법정 안팎에서 법률사무를 제도적으로 독점할 수 있는 이유는 직무의 공공성 때문이다. 그러므로 변호사의 공익활동은 특권을 가진 직업인의 당연한 의무다. 변호사단체가 변호사의 공익활동 내용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스스로 마련하지 못한다면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바라는 국민들은 크게 실망할 것이고, 그 결과는 부메랑이 돼 법조계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 변호사법이 세계 최초로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법적 의무로 규정한 것은 의정부와 대전 등에서 잇따라 터진 법조비리 사건으로 땅에 떨어진 법조계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국민과의 약속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