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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소문난 맛집

서울 서초동 '백화요란 골동반'

커다란 놋그릇에 각종 나물… 추억의 '명절밥' 떠올려





'골동반'은 궁궐 비빔밥  연말의 묵은 음식 처리용 
 명절 남은 음식 잔뜩 넣고  비벼 만든 '명절밥' 흡사
 된장국 후루룩 마시면 집에서 먹은양 배가 든든

누구에게나 추억이 담긴 음식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갓 지은 따끈한 밥에 반숙 계란을 올리고 간장과 참기름을 쓱쓱 비벼 만든 '계란밥'이나, 광장시장 마약김밥보다 더 마약 같은 맛을 자랑하던 '단무지 김밥' 같이 비싼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누군가의 손을 타면 참 맛깔나게 맛이 있었다.

나에겐 '명절밥'이 그렇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던 탓에 온가족이 함께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말 아침뿐이었는데, 명절을 쇠고 난 주말 아침이면 어머니는 항상 커다란 양푼 그릇에 한 바가지 밥을 담고, 명절에 했던 각종 나물과 전, 남은 반찬들을 먹기 좋게 잘라 고추장에 푸지게 비벼주시곤 했는데, 이렇게 만든 비빔밥을 집에선 명절밥이라 불렀다. 각종 나물과 기름진 명절음식이 가득 담겨 일반 비빔밥보다 들어가는 재료가 훨씬 많았다. 할머니 댁에서 가져온 시래기 된장국을 곁들이면 맛난 한 끼 식사였다.

특히, 먹성 좋은 삼형제에겐 무엇보다 반가운 재료가 있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명절에만 맛볼 수 있는 소고기전을 어머니는 언제나 제사상과 손님상에 올릴 만큼만 만드셨는데, 부엌에 들어갈 때마다 찬장 저 높은 곳에서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 되던 소고기전이 명절밥에는 아낌없이 한 무더기 들어있었다. 양푼 그릇에서 자기 몫의 명절밥을 나눠받을 때면 소고기 전이 많이 들어간 그릇을 선점하려 동생들과 꽤나 눈치싸움을 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명절 연휴에만 잠깐 고향에 들렀다 돌아오게 되었고,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먹던 명절밥도 오랫동안 잊혀진 메뉴가 되었다.

올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새내기 변호사로 아직은 낯설기만 한 서초동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던 얼마 전, 오후 재판을 앞두고 간단히 점심을 때울 겸 우연히 찾아간 음식점에서 오래간만에 명절밥을 맛보았다. '골동반'이라는 새로운 이름도 알게 되었다. 서초동 사람들만 안다는 비밀통로 '서초역 0번 출구' 근처 '백화요란 골동반' 이라는 작은 음식점에서다.

'골동반'은 궁궐에서 먹던 비빔밥을 부르던 말이라 하는데, 섣달그믐 수라간에 남아 있는 음식을 새해가 오기 전 모두 먹기 위해 재료가 풍성하게 들어간 것이 특징이라 한다. 어린시절 남은 명절음식을 처리하기 위해 후다닥 만들어 먹던 우리집 명절밥이 구중궁궐 숨겨진 레시피를 따라한 것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커다란 놋쇠그릇에 각종 나물에 밥 한 그릇 뚝딱 비벼먹고, 함께 나온 된장국을 후루룩 마시고 나니 왠지 모르게 집에서 밥을 먹은 양 배도, 마음도 든든했다.
           
조영관 변호사 객원기자  weshe@iduksu.com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