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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공감(共感)과 치유(治癒)

박지영 부장검사(대검 피해자인권과장)

사건을 대하다 보면 법조인에 대한 당사자의 기대가 정확한 사실인정과 올바른 법률적 판단에만 그치지 않음을 느낄 때가 많다. 당사자는 사건의 도식적인 해결에 만족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하며 심정적 교감을 나누길 원한다.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사건 처분 결과에 불만을 품고 사건처분 관계자들에 대한 진정과 고소를 반복하기도 한다. 공감 노력의 부족이 또 다른 상처의 불씨가 되어 새로운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반면에, "참 많이 힘들었지요"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상대방에 대한 미움을 거두고 화해하거나, "이해한다"라는 말 한마디에 부인으로 일관하던 이가 자백을 하기도 한다. 공감이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진정한 반성과 화해를 통해 사건의 종국적 해결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사회의 다른 영역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회적 갈등의 해소 방안으로 공감이 부각되고, 힐링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최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공감과 치유의 능력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낮은 자세로 임하며 상처받은 이들에게 건넨 진심 어린 눈빛과 말씀만으로 우리 사회 전체는 큰 위안을 얻었다. 이처럼 공감과 치유의 힘은 실로 경이롭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공감과 치유의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저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필자는 무엇보다도 자기 내면의 상처와 아픔에 대한 치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적 자아와의 대화로 자신을 보듬어 안아 위로하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작업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취한 후에라야 사건의 법률적 해결을 넘어서 상대의 아픔과 상처를 돌보고 치유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겪고 있는 갈등과 어려움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이가 바로 자기 자신이기에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스스로가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는 심리적 작업을 매일 매일 생활 속에서 실행하기를 용기를 내어 권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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