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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이수열 판사(서울중앙지법)

브래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은 메이저리그 야구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이 출루율, 장타율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선수를 발굴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최소 비용으로 최하위 팀을 메이저리그 최초로 20연승의 대기록을 세우는 팀으로 탈바꿈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는 여고생의 주문 정보를 이용하여 임신 사실을 밝혀내 그녀에게 육아 용품 카탈로그를 보냈다가 부모의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근래 '빅데이터'가 우리 사회의 화두다. 정보화시대에 엄청난 용량과 생성 속도 때문에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버려지던 비정형의 디지털정보들이, 기술 발달로 관리할 수 있게 되니 새로이 주목을 받는 것이다. 기업들은 고객정보를 이용해 고객에게 먼저 상품을 추천하여 매출을 극대화하고, 정치인은 유권자의 성향을 파악해 선거운동에 활용한다. 서울시는 심야버스 노선을 정하는 데에 해당 지역의 휴대전화 통화량 정보를 참고했다고 한다. 법조 분야라고 예외는 아니다. 정보기술이 고도화되면 판사 직업이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미국 연방대법원의 2002년 판결 내용을 예측하는 실험 결과 과거의 통계를 사용한 측이 전문 법률지식을 사용한 측보다 정확했다는 보고도 있다. 외국에서는 주로 전형적인 전자상거래 분쟁을 대상으로 온라인상에서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면 방대한 과거 데이터에 기초한 결론을 제시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서비스가 행해지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유용한 것들을 추출하고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사람의 행동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빅데이터는 거대한 만큼 잘만 쓰면 무한한 기회와 가치 창출의 가능성을 가진 보고(寶庫)인 것이다. 하지만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이 장점만 갖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가 부모도 모르는 여고생의 임신 사실을 밝혀냈다는 보도는 섬뜩함마저 들게 한다. 빅데이터의 활성화는 정보를 보유한 측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이른바 '빅브러더'의 출현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그만큼 정보주체인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는 데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형사판결이 공개되고 있고, 내년에는 민사판결 공개가 시행될 예정이다. 판결과 기록 공개가 확대되는 만큼 법조 분야에서도 해당 정보를 이용한 다양한 시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주어진 정보를 이용한 새로운 가치창출 활동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는 개인의 권리보호와 발맞춰 가야 한다. 빅데이터 산업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더 편안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사람이 소외되는 결과는 없어야 할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