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목요일언

아동학대 대응시스템 변화 필요하다

박지영 부장검사(대검 피해자인권과장)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오는 9월 29일부터 시행된다. 시행 전부터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특별법의 난립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그러나 늦었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외면해 온 아동학대에 대해 범죄라는 인식을 확고히 하고,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사법 시스템을 구축하였다는 점에서 제정법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약 80%는 부모로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범죄 인식이 극히 희박하다.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사랑으로 포장하고, 훈육이란 명분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국가기관도 가정 내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온전히 믿고 의지하는 사람으로부터 학대받은 아동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이로 인한 분노는 또 다른 범죄를 잉태하기도 한다. 교도소에 수감된 강력범죄자의 66.7%가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외도, 학대, 알코올 중독, 정신질환 등을, 34.7%가 부모로부터 폭력과 방임 등의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몇 해 전 조사 결과는 이를 그대로 보여 준다.

이 법의 시행으로 아동학대가 곧바로 줄어들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으나, 학대 피해아동의 발견과 그에 대한 보호체계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의 변화는 향후 우리 사회의 범죄지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만큼 특례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정부, 국회 뿐 아니라 관련 단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데 법 시행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있는 현 시점에서 충분한 예산과 적정한 인력이 확보되어 있는지 다소 의문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사건이 발생하면 잠자던 시스템을 탓하고 분주히 대책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다가도 국민적 관심에서 벗어나면 이내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아동학대 대응에 있어서만은 절대 그런 데자뷰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