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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조

중국 법률시장의 국제중재기관에 대한 개방 움직임

홍송봉 중국변호사(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중국에서 외국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분쟁해결방식이 다양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최고인민법원이 최근 외국중재기관에 의한 중국 내 중재에 대해서도 그 효력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과거 외국중재기관이 중국을 관할지로 진행하는 중재의 효력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와 비교할 때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러한 입장 변화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외국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중국 내 중재 시 반드시 중국중재기관만 선택하여야 했던 상황에서 외국중재기관도 선택할 수 있게 되므로, 이는 앞으로 전체 중국중재서비스시장의 구도를 바꾸어놓을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다.

중국최고인민법원이 지난해 3월 발간한 중국 '섭외상사해사재판지도(, 제26호)'에는 '신청인 안휘성 롱리더 포장인쇄유한공사와 피신청인 BP Agnati S.R.L간 중재조항효력확인신청 사건에 대한 최고인민법원의 회신'이 게재되어 있다. 위 회신에 따르면, 섭외계약분쟁을 국제상공회의소(ICC)의 중재로 해결하도록 하되 그 중재지를 상해로 지정하는 취지의 중재약정과 관련하여, 최고인민법원은 그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즉 통상 말하는 '외국 중재기관+중국 관할지' 조항으로, 최고인민법원은 이 조항의 효력을 최초로 인정한 것이다. 최고인민법원의 논리는 간단하다. 먼저 중재합의의 효력을 판단하는 법률에 대한 명확한 약정이 없다면 중재지법인 중국 법률이 적용된다고 보았다. 다음으로, 관련 중재 조항의 효력 여부를 판단할 때 중국 중재법 제 16조에 따라, 중재의 '의사표시와 중재회부사항, 명확하고 구체적인 중재기관의 선정'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므로 위 중재합의는 유효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최고인민법원은 중재법상 중재기관의 의미와 관련하여 과거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문해석 방식으로 외국중재기관도 포함되는 것으로 간단명료하게 해결한 것이다. 이는 중국최고사법기관의 매우 이례적인 행동이다.

그동안 중국 내에서는 중국중재법상 중재합의의 요건으로 언급되는 중재기관이란 중국법에 의해 설립된 중국중재기관만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많았고, 이러한 견해의 연장선에서 외국중재기관이 중국 내에서 중재한다는 취지의 중재합의의 효력에 대한 논쟁이 중국 법조계에서 끊이지 않았다. 실제, 최고인민법원은 2004년 7월 8일 '독일 Zublin사와 무석 Woke통용공정고무유한회사 간 중재협의효력확인신청 사건 의견 제청에 관한 회신([2003]民四他字제23호)'에서 외국중재기관에 의해 중국에서 진행된 중재의 적법성을 부인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중재합의조항에서 '명확한 중재기관을 지정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외국중재기관이 중국에서 진행하는 중재를 관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최고인민법원의 이러한 입장이 사실상 외국중재기관의 중국 내 중재 판정에 대한 효력을 부인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중재전문가들은 중국사법당국의 위와 같은 태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였다. 그리고 ICC도 현행 유효한 중재규칙에서 "ICC중재규칙을 적용하는 중재사건에 대하여 ICC가 배타적 관할권을 가진다"고 명시하였고, 중국최고인민법원도 2006년 제정한 사법해석에서 중재규칙에 따라 중재기구를 확정하는 것도 중재법상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변화를 배경으로 중국 내 분쟁전문가들은, ICC중재규칙에 따른 중국에서의 중재에 대해 정책적으로나 법률·제도적으로나 모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방법원인 녕파중급인민법원은 2008년 결정([2008] 제4호)에서 ICC 중재규칙에 따라 2007년 9월 21일 북경에서 내린 중재 판정을 승인 및 집행하였다. 다만 여전히 중국 내에서는 위와 같은 판정을 최고인민법원의 판정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게 있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중국최고사법기관이 직접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위 최고인민법원의 2013년 회신의견이 관련 조항에 대한 최고인민법원의 입장을 대표한다면, 중국 법률시장은 이미 국제중재기관에 대한 개방을 소리 없이 진행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물론 더 큰 과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러한 중재조항에 따라 내려진 중재판정의 성격을 과연 중국 국내중재판정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외국중재판정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의 문제다. 이것이 명확하지 않다면 집행절차 및 결과에 큰 불확정성이 따를 수 있고, 그러므로 인해 이러한 중재조항은 변호사로서 제안하기 적절한 조항인지의 문제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녕파중급인민법원은 2008년 외국중재판정으로 보아 승인한 바 있지만 다른 지방법원이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나아가 외국중재기관에 의한 중국에서의 중재절차 진행시 중국중재법에 의한 보전처분을 진행할 수 있는지도 여전히 해결되지 아니한 상태이다. 결국 중재법 자체를 수정하여 중재지에 따라 중재판정의 국적을 확정 및 구분하는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한, 위와 같은 모순은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실무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위 회신의견에 따라 과연 변호사로서 당사자에게 과감히 이러한 중재조항을 선택하도록 조언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면이 있을 것이다.

이번 최고인민법원의 회신의견은 앞으로 중국 법률시장에 진일보한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속단하긴 어려우나, 중국에 이미 진출해있거나 진출할 계획이 있는 외국 기업들에게 중국중재기관이 아닌 외국중재기관에 의한 중국에서의 중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본 기고는 Herbert Smith Freehills LLP 북경사무소의 Counsel인 Arthur Ma 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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