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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진보야당의 갈 길

윤배경 변호사(법무법인 율현)

"일본 국민의 균형감각은 놀랍다!" 일본의 총선 결과가 나오면 일본의 정치평론가는 물론이고 내외의 언론들이 내리곤 하던 평가였다. 집권여당의 패배가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에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여당이 과반수를 확보하곤 했다. 1970년대 자유민주당(자민당)은 숱한 실정과 부패로 지탄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국민들이 자민당에 표를 던졌다. 일본 국민들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보수성향 때문이라는 것이 그 해답이었다. 덕분에 일본의 자민당은 1955년 창당된 이후 1993년부터 1996년초, 그리고 2009년부터 2012년 말까지를 제외하고는 여당의 지위를 놓친 적이 없다. 그리하여, 일본의 자유민주당(자민당)은 현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정당으로 반열에 올랐다.

자민당이 보수우익적 성격을 띠고는 있으나, 좌익 정당이 가진 정교한 정치철학 같은 것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자민당의 이데올로기를 들여다 보면 경제적으로는 자유 무역과 시장 경쟁주의를 추구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정도이다. 그때 그때의 여론의 동향이나 사안에 따라 정책방향이 결정된다. 내부적으로 복잡한 계파와 계보가 얽혀 있어 이합집산이 수시로 이루어졌고 정책 방향도 그와 함께 결정되곤 했다. 한 마디로 정강 정책이 허술한 정치집단에 불과하다.

그런데, 2012년 12월 재집권한 자민당의 아베정권의 행적을 보면 과거 정권과 다르다. 직전 집권당인 민주당의 실패를 반면 교사로 삼아 확실한 스탠스를 잡았다. 누가 뭐라 하건 돈을 풀고 재정을 확대하면서 내수 진작에 발벗고 나섰다. 국가/역사관 그리고 대외정책에서 아베 총리는 더욱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철저한 국가주의를 내세워 국민의 자긍심을 일깨우고, 영토주권을 강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 일본의 평화헌법이 걸림돌이 되자, 자기 마음대로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라고 선언해 버렸다. 아베의 거침 없는 행보에서 다시는 중도좌파인 민주당에게 정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우리나라 정부가 2기 내각을 출범하면서 경제활성화에 올인하기로 했다. 마치 한 수 배웠다는 듯 아베 정권의 행보를 답습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새민연)은 최근 7·30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11 : 4 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야당은 국민이 원망스러울지 모른다. 공천과정에 잡음이 있었다 하더라도 정부여당의 실정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정부 여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사실 2012년 4월 총선에서 예상을 뒤집고 새누리당이 과반을 확보하더니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치러진 6·4 지방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새누리당이 선전을 펼쳤다. 보수성향이 강한 우리 국민은 중요한 순간 안정을 택해 왔다. 더욱이 진보 좌파가 도덕성까지 잃었다고 보면 가차 없이 등을 돌렸다. 언론은 이를 가리켜 "국민들이 절묘한 선택을 했다"고 부추겼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진보성향의 정권은 입지가 좁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노선을 바꿀 수는 없다. 하늘이 무너져도 중도좌파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여야 한다. 그것이 야당의 존재가치이기도 하다. 일본과 한국의 민주당이 수십년을 절치부심하면서 야당생활을 해 왔고 한 때나마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일관성 때문이었다. 한국의 야당이든 일본의 야당이든 작금의 실패를 통하여 배워야 한다. 새민연의 비대위가 어떤 해법을 내 놓을지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