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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말

수영 재도전 김성진 헌법연구관

아들 걱정돼 돌봐주러 왔다 물만 잔뜩 먹고 '허우적'

수영 강습을 마치고 수영장에서 아들 준희(8세) 군과 함께 물놀이를 하며 여가 시간을 즐기고 있는 김성진 헌법연구관(국제조사연구팀장).

얼마 전부터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함께 주말에 수영을 배우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아빠들이 그렇듯이 아들이 배울 때 그 주변에서 아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잘 데려갔다 데려오라는 그분의 뜻에 따른 부차적인 결과물일 수 있겠지만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인 듯하다. 한편으론 예전에 갖고 있던 수영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났다. 처음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던 때였다. 소위 개구리헤엄이라고 하는 평영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발차기를 하면 의도와 달리 오히려 뒤로 가는 것이 아닌가! 아, 그때 깨달았다, 이 운동은 나에게 맞지 않는구나, 그리고 과감히 남아있던 강습도 포기했다.

그리고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이번엔 아들과 수영을 배우게 된 것이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스포츠센터는 집에서 차로 약 30분 정도 가야 했다. 조금 늦게 도착한 첫날, 준비운동을 할 시간도 없이 아들과 나는 각자의 반으로 흩어졌다. 이미 수업은 시작했고 사람들은 자유형이나 배영으로 바삐 레인을 왕복하고 있었다. 자유형을 어떻게 했더라, 정신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움직이고 있었다. 그날 수업이 어떻게 끝났는지 모른다. 그저 엄청나게 많은 수영장물을 마셨다는 거, 그리고 그 물을 마시면서 이렇게 많이 마셔도 되나 순간 걱정했던 거, 특히 배영을 할 때 내가 만든 물방울이 내 손을 떠나 내 입과 코로 사정없이 밀려 들어오던 순간이 슬로우 모션처럼 꽂혔다.

10여년 前 입문 시도하다 실패… 트라우마
강습 첫 날 정신없이 헤매… 아직도 '뻣뻣'
쉬는 시간 아들과 함께하는 물놀이가 '위안'

아들은 무사히 수업을 마쳤다. 아니 미처 확인하진 못했다. 수업을 마치고 빙긋이 웃고 있는 모습으로 짐작할 뿐이다. 샤워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랜만에 아들과 단둘이 차 안에 있는 모습이 데쟈뷰를 일으켰다. 2011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연수를 시작했을 때, 출근길에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곤 했다. 유치원 첫날, 불어는 물론 영어도 하나 하지 못하는 아들을 유치원에 혼자 두고 돌아섰다. 아, 과연 아들이 잘해낼 수 있을까? 유럽인권재판소에서는 모든 회의가 영어로 진행됐지만, 유럽평의회로 옮겼을 때 가끔 불어로만 회의가 진행되곤 했다. 주례회의 시간, 1시간에서 2시간 동안,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불어로만 의사소통이 진행된다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곳을 떠날 때까지도 전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그럼 아들은? 유치원 마지막 날, 한국으로 떠난다는 인사를 하러 갔을 때 친하게 지냈던 한 선생님이 그런다, 준희가 말문이 트였다고, 한국에 가서도 꼭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가끔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애들의 문제를 나의 시각으로 걱정하고 해결하려 한다. 근데 정작 문제는 어른이 아닐까?

지난 주말에도 아들과 수영장에 갔다. 수영 강사가 늘 하는 말, 몸이 너무 뻣뻣하다고 힘 좀 빼라고 한다. 근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된다. 이미 몸에 잔뜩 힘을 준 채 살아왔던 시간의 무게를 거스르기에는 너무 익숙해져 있나 보다. 수영 강습이 끝나고 쉬는 시간 10분 동안 아들과 함께 물놀이를 한다. 아마 유일하게 내 몸에서 힘이 좀 빠지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아들과 함께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운동도 좋고 악기도 좋고. 아들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