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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시 중 기록형 시험에 관한 소고

김대희 교수(강원대 로스쿨)

모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관심은 변호사시험(변시) 합격 여부일 수밖에 없다. 3년이라는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여 로스쿨에 진학하는 이유는 변호사가 되기 위함이다.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 어떠한 법조인의 삶을 사느냐는 것은 2차적인 문제이다.

변시는 선택형, 사례형, 기록형 시험으로 세분되어 있다. 선택형과 사례형은 각각 사법시험 1차와 2차 시험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고, 기록형은 사법연수원에서 보는 문서작성 시험과 유사하다. 필자가 주로 강의를 담당하는 민사 기록형 시험을 예로 들어보자. 35쪽 내외의 기록을 보고 소장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전형적인 유형인데, 그 기록에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요건사실을 추려서 관련 판례를 적용하여 결론을 내리고 소장을 작성하게 된다. 주어진 시간은 3시간이다. 필자는 기록형 시험은 컴퓨터로 답안을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30세 안팎의 로스쿨 학생들에게 컴퓨터 사용은 이미 일상적인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손으로, 그것도 빠른 속도로 글씨를 쓰는 일이 더 부자연스럽다고 느낄는지 모른다. 또한 채점위원들이 답안 채점을 할 때 물론 수험생의 입장을 생각하여 꼼꼼하게 답안을 보지만 무슨 말인지 모를 글씨를 보게 되면 가슴이 아프다. 답안의 가독성과 속기 능력이 당락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또한 손으로 답안을 작성하면 수정이 어렵다. 수정을 하려면 기존의 답안을 두줄로 긋고 새로 써야 한다. 물론 수정액 등은 사용할 수 없다. 소장을 작성하다가 논리나 체계를 바꾸는 경우(이는 변호사 업무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손으로 쓴 답안지를 수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ㅁㅁㅁ능하다.

이는 일상적인 변호사 업무를 생각하면 더욱 명확하다. 변호사가 하는 문서 작성은 모두 컴퓨터로 이루어진다. 심지어 최근에는 전자소송이라고 하여 문서작성 후 컴퓨터로 문서를 접수하고 또한 송달하는 소위 '종이 없는 소송'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제는 시험 방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시험 관리상 어떠한 기술적인 문제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재의 기술 수준이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현재 공개되어 있는 판례 또한 검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록과 관련된 판례 1~2개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변시 당락이 좌우되어서는 안된다. 훌륭한 변호사는 판례를 많이 외우고 있는 변호사가 아니라, 공개된 문헌과 판례를 참고하여 주어진 시간에 의뢰인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논리를 구성하고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변호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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