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목요일언

범죄피해자 심리치유가 필요하다

박지영 부장검사(대검 피해자인권과장)

지금도 생각만으로 눈물이 고이는 기억이 있다. 검사 3년차, 뺑소니 도주 사망 사건 직후 현장을 목격한 피해자의 어머니가 검사실에 들어서자 방안이 피비린내로 가득했다. 그 냄새의 정체를 알고 한참 동안 혼자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운영하던 슈퍼마켓 앞 도로 위에 사고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네 살배기 아들을 품에 안고 병원으로 달려간 후 사망한 지 20여 일이 지난 그 시점까지 아들의 마지막 따뜻한 체온을 느꼈던 그 옷을 벗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 침몰로 자식과 부모를 잃은 유족들의 심정도 이와 같으리라.

범죄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다. 적정한 심리적 치유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범죄피해는 계속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경제적 손실에 대한 배상은 물론 심리적 치유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범죄피해자를 위한 체계적인 치유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스마일센터와 민간 상담소 외 범죄피해자를 위한 장기적 관점의 치유기관이나 시스템은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세월호 사건 피해자를 위해 안산에 트라우마센터가 만들어진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나, 그 프로그램이나 구체적 운영과 관련하여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범죄로 인한 심리적 피해는 물리적 상처와 같이 단기처방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함께 하는 공동체의 지속적 관심과 장기적 관점의 치유가 필요하다. 그런 만큼 국회, 정부는 물론 사회 전체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언론도 사회 일반인이 자칫 일시적인 흥밋거리로만 범죄를 접하지 않도록 무분별한 보도 경쟁을 자제하고 범죄피해의 회복과 유사 범죄의 재발을 위한 더욱 심층적이고 근원적인 관점의 접근이 절실하다.

범죄는 개인적 일탈의 결과라기보다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지 못한 사회 공동체 전체의 책임이다. 시간이 지나면 금세 문제를 잊고 별다른 조치 없이 지나가고 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우리 사회공동체가 이번 세월호 사건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범죄피해 회복지원 시스템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