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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과 힘 내지 권력 - 조화와 긴장의 관계

김대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힘 내지 권력이란 그 언어관용 상 인간이나 그들의 의사에 대한 지배력이고,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에 따르면 '사회관계 내에서 자기 의사를 대립적 의사에 대하여 관철시키는 모든 가능성'이라고 한다.

법은 실천적 행위규범으로서 이를 실현할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법과 힘에 관한 일치명제). 즉 힘은 법의 본질적 징표이고, 힘에 기초하고 있지 않는 법은 공허하다. 여기서 힘은 강제규범의 강제와 동의어가 아니고, 강제는 힘의 행사방법 중의 하나이다. 법은 단순한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 준수에 의하여도 유지되는 것이고, 의무나 강제를 수반하지 않는 불완전 법규도 있다. 자발적 준수는 내적인 승인에 따른 임의 이행도 있지만, 강제기구, 특히 사법조직에 의한 강제가능성에 의하여 자발적 준수가 담보되는 것이다. 국가 내에서 국민들의 자발적 복종이 최선이고 불복에 따른 강제를 두려워하거나 피하기 위하여 굴복하는 것은 비자발적 복종이지만, 질서에 합치된다.

법적 강제 중 가장 강력한 것이 형사상 형벌과 민사상 강제집행 등이고, 그밖에 다양한 제재방법이 있지만, 국가가 어느 경우 어떠한 강제방법을 사용할 것인가는 법정책의 문제이다. 물론 국가적 강제 내지 사실력의 행사는 법 집행에 있어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강제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인격성과 자유의 제한, 즉 기본권과의 충돌을 일으킨다. 비도덕적 법이나 악법에 의한 강제는 강한 저항을 불러 일으키며, 이 경우 국가는 강도집단과 다를 것이 없다. 불법국가나 독재적 권력의 법은 힘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단순한 폭력이나 압제이다.

그러나 강제나 사실력에는 한계가 있다. 종교적 박해에 대한 순교자, 정치범 내지 확신범의 경우, 인간의 내면이나 의지 깊숙한 곳까지 강제될 수는 없다. 국가의 강제가 실효적이지 못하거나 저항을 많이 받을수록 국가권력의 기반은 흔들린다. 법은 제도화된 폭력이지만, 정의 등 법이념에 지향되어야만 정당화되고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정의에 반하는 권력이나 법질서에 대하여는 저항권 내지 혁명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4·19 혁명). 그러나 단지 정치이념이나 가치에 관한 입장 차이에 따른 정치세력들의 실력행사는 내란(10·26 쿠데타)에 해당되고, 실정법에 의한 처단이 기다린다.

혁명이나 저항권의 문제는 법철학의 딜레마이다. 혁명은 승리하지 못하면 내란이고, 승리하면 새로운 법의 토대가 되는 것이지만, 실정법의 지반을 떠난 정치와 역사의 영역에 속한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그 자체를 제거하는 요건을 합법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G. Radburch). 헌법에 저항권을 명문화한 나라도 있지만, 우리 대법원은 1975년 인혁당 판결에서 저항권을 부정하였다. 작금도 이념 대립에 따라 국가 존립과 민주적 기본질서까지 부정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혁명을 기도하는 반민주적인 움직임이나 폭력, 법 파괴에 대한 방어태세와 이를 뒷받침할 힘이 중요하고, 그 힘은 헌법과 국가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신뢰에 의거한다.